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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샘

가막살나무 아래의 약속

 

 

 

 
 
 
 
 
 
당신은 거기에 있었습니다.
 
수많은 교인들이 모여 한 목소리로 단 한 사람을 규탄하고 비난하는 현장에요.
 
익히 들어봤을 텝니다.
 
당신은 마녀 사냥 재판에 참석했습니다.
 
온 도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빈틈없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없는 변호인.
 
모두가 사실상 재판장의 말 한 마디만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재판장의 망치가 마침내 탕, 탕, 탕,
 
선고를 내리기 위해 세 번을 두드렸을 때,
 
"잡아! 마녀다! 마녀가 도망친다!"
 
그 여자가 일어난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가장 앞에 섰던 노인을 밀치고
 
틈을 비집어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미친 듯이 도망치는 그 여자.
 
당신은 곧 잡힐 듯한 그녀응 바라보는 군중 속의 한 명이었을 뿐입니다.
 
그럴 뿐이었는데,
 
일순간 당신의 시야가 뒤집힙니다.
 
누군가의 팔이 강하게 당신을 잡아당긴 탓입니다.
 
동시에 목에 선득한 감각이 와닿습니다.
 
날카로운 날붙이입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으로 당신을 붙잡은 여자가 말했습니다.
 
마녀처럼.
 
모두가 멈칫합니다.
 
Rebeca:오지 마!
가까이 오면 이 새끼 죽여버릴 거야.
 
지나치게 강하여 꼼짝하지 못할 완력입니다.
 
지금 당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김신선 :
 
Sarah:(상황파악이 잘 되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제야 된다고 해야 하나요? 언제나처럼 정해질 결말을 바라볼 관중의 입장만 허락되었을 텐데. 끌어당겨질 때 멍하니 내뱉은 어, 하는 말 이후론 백짓장입니다.)
 
맹한 반응에 여자가 입꼬리를 올리기도 잠시,
 
Rebeca:거기 서! 가만히 있어. 죽여버릴 거라니까.
 
재판정을 지키고 섰던 병사가 움직일 낌새를 보이자
 
곧바로 씹어뱉듯 말하는 여자의 손에 들린 날선 칼날이 목줄기를 파고듭니다.
 
따가운 감각과 함께 다가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경악합니다.
 
축축히 흘러내리는 이것,
 
피인 것 같죠.
 
Sarah: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이성치 1 감소입니다.
 
뒤쪽은 숲입니다.
 
누구도 들어가려 하지 않는,
 
마녀들이 집회를 연다는 컴컴한 숲이에요.
 
여자가 당신을 질질 끌어당깁니다.
 
차츰 뒷걸음질하며 사람들에게서 멀어집니다.
 
여전히 얕게 그러나 언제든 베어버릴 수 있게 당신의 목에 칼끝을 대고서.
 
여자가 속삭입니다.
 
Rebeca:저들도 의혹을 갖지 않는 사람이 죽는 꼴은 보고 싶지 않은가 보지?
뭐, 행운이네. 잔말 말고 따라와. 나와 가줘야겠어.
 
Sarah:(그게 지금 가당키나 하냐고 묻고 싶지만 일단은 입을 다물고 따라갈 수 밖에 없겠지...답은 없으나 발은 끌려가는 대로 내딛습니다.)
 
Rebeca:조용한 건 마음에 드네.
 
발이 땅에 헛디뎌지며 끌려갑니다.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마구 술렁거리고...
 
숲의 그늘이 이내 두 그림자를 집어삼킵니다.
 
Rebeca:안 뛰고 뭐해!
 
여자가 날붙이를 겨누고 당신의 손을 향한 허공을 잡아당기자,
 
마치 무슨 사슬처럼 연결된 듯 당신의 팔이 이끌려갔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일입니다.
 
역시 이 여자, 마녀입니다.
 
마녀가 틀림없습니다.
 
거리가 얼만큼 멀어지자 시야 끝에 위태롭게 매달린 군중들 속 장정 몇몇이 뒤늦게나마 달려옵니다.
 
Rebeca:잡히면 너부터 죽여버릴 거야. 처신 똑바로 해.
 
안광을 번뜩이며 살기 위해 이를 가는 마녀가 있고,
 
역시 살고자 한다면...
 
달려야겠습니다, 사라.
 
Sarah:(숲속을 보는 눈이 아득해집니다. 이 옷으로 여길 달린다니...)
 
Rebeca:(나도 치마야...)
 
Sarah:(그래 다 같이 고난을 겪는거지..)
 
Rebeca:(벗고 달리시던지.)
 
숲은 햇빛 한 점 들지 않습니다.
 
완전히 녹음 짙은 어둠의 세상입니다.
 
그야말로 마녀에게 어울리는.
 
풀을 밟는 소리가 다가옵니다.
 
Sarah:(달릴 수야 있겠지. 근데 몸뚱이도 따라줄까?)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Rebeca:(인생을 어떻게 산 거야?)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잘 살았네)
 
Sarah:(시도는 했다는 거에 의의를 두자..)
 
멀리 도망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장정들이 지척까지 따라붙어 있습니다.
 
두 사람, 한 번 더
 
Sarah: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Rebeca: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10 (GM):다행이다
 
김신선 :아 밝다
 
출처가 분명한 화살 하나가 두 사람 사이로 스치고 날아갑니다.
 
조준을 제대로 하기는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네요.
 
여차하면 당신의 목숨도 위협받겠어요, 사라.
 
Sarah:(끌려가는게 문제가 아니라 정말 살기 위해서 달려야겠어요..)
 
Rebeca:뛰어, 멍청아.
 
Sarah: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뛰었다..)
 
Rebeca: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유감, 난 못뜀.)
아이씨
 
Sarah:뛰라며!
 
Rebeca:뛰겠다곤 안했어!
 
Sarah:...? ..?? 무슨 소리야 이게
 
Rebeca:짜증나게 하지 마. 붙잡힐 때 맞아서 그래.
너, 잡히면 너부터 죽여버리겠다고 한 거 기억하지? (날붙이를 들어보입니다.) 날 도와.
그래... 쟤들이 여기로 못 오게 막으면 되겠지. 뭐든지 해봐!
 
Sarah:, 막으라고? (고개를 힐끔 돌립니다. 여전히 멀찍이서 화살을 겨누는 이들을 보고는) 나보다 네가 더 잘 막겠다..! 넌 못 막아? 이거처럼 뭐 할 수는 없냐고..! (허공에 끌려가는 팔을 들어올려 보입니다.)
 
Rebeca:네에, 네. 살고 싶으면 알아서 해야지, 남한테 무슨 기대를 하겠어.
(마력 10 이성 2를 사용해 주문을 욀게요.)
 
여자가 주문을 외자... 뒤따라오던 장정들이 차례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집니다.
 
Rebeca:해봤자 운이 나빠지는 정도지만. 웃기지 않니? 이 주문의 별명, 마녀의 저주라던데.
 
당장 따라잡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두사람, 다시
 
Sarah: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Rebeca:...
 
Sarah:...
 
Rebeca: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Sarah:(대차게 헛디뎠다가 시선 피하며 다시 달립니다.. ...)
 
김신선 :아 레전드...
 
Rebeca:뛰는 데엔 재주가 없어도 몸개그엔 있어보이네.
 
Sarah:.. ....(뭐라고 말하고 싶지만 달리기에 재능이 없는건 사실이라 입만 뻐끔대다 다뭅니다..)
 
Rebeca:아, 정말!!
되는 일이 없어.
(제 머리를 북북 헝클이다가, 결심한 듯 뒤돌아 섭니다.)
돌연한 침묵, 교묘한 설득. 어디 한번 봐 봐. 이건 너한테 걸었던 것과 같은 거니까. (남은 마력 전부를 소모해 주문을 욀게요... 이렇게 남발하라고 가르쳐 준 것이 아닐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습니다, 살려면.)
 
막 활시위를 당기던 장정이 그 자세 그대로 얼어붙습니다.
 
그리고 여자는 다시, 이번에는 손으로 당신의 팔뚝을 붙잡고 우악스레 끌어당깁니다.
 
체구는 당신보다도 작은데, 놀라운 힘입니다.
 
Sarah:
광기의 발작 - 실시간
기절:
기절해서 1D10라운드 후에 깨어납니다.
For 8 rounds.
 
김신선 :
 
Rebeca:?
 
Rebeca:(기절했는데.)
 
Sarah:(안했어...)
(잘못 본거야. 잊어.)
(전부터 믿을 수 없는 상황의 연속입니다. 굳은 듯 서 있는 장정들을 보다보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앞에 있는 당신에게 머뭅니다.) ..혼자 도망치는게 더 수월했던 거 아니야?
 
Rebeca:근시안적이네. 널 데리고 도망쳐야 다음 쫓아왔을 때도 네 목에 칼을 들이밀 거 아냐?
뭐, 네 목숨도 이젠 상관없다며 덤비면...
몰라, 정말 널 죽이는 수밖에 없는지도.
길동무 삼아지는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만?
 
Sarah:..지금 와서 기분이 무슨 소용이겠어. (어느 의미로든 굳이, 달려들 이유도 없고 말입니다.) 누가 날붙이 든 사람한테 달려들어..
 
Rebeca:바보야? 너 말고, 쟤들.
넌... 뭐.
덤벼도 딱히 내가 질 것 같지 않네.
 
Sarah:...(맞는 말이라 왠지 씁쓸해집니다...) 내 목숨은 상관 없어진지 오래인 것 같던데.
 
Rebeca:This message has been hidden.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10 (GM):
 
Rebeca:저항하지도 않는 걸 보면 마녀와 한통속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네겐 안타깝게 됐네. 보아하니... 행색은 제법 아가씨 같은데.
 
간신히 몸을 추스릅니다.
 
그러고 보니 팔다리가 굳었던 것도 다 풀렸군요.
 
허겁지겁 도망치다보니 몰랐습니다.
 
주문의 발효가 끝난 것을 눈치 챘는지 마녀가 눈을 가늘게 뜹니다.
 
Rebeca:그럼... 대범하게 돌아가 난 모르는 일이라며 둘러대 볼 테야?
 
Sarah:(풀린 팔을 주무르며 정신없이 지나온 길을 돌아봅니다. 그러다가 다시 당신을 봅니다.) ...그건 쉽지 않은 길일것 같은데.
 
Rebeca:그렇겠지.
내게 하는 걸 보면 넌 대범함과도 거리가 멀어 보이니.
 
Sarah:..애초에 대범함이란걸 허용해줄 곳이 아니잖아. (오히려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기에 대답이 한 박자 늦습니다.)
 
Rebeca:세상을 사랑할 것처럼 생겨서 제법 염세적이네.
그렇다면 말이 잘 통하리라 믿고...
(손에 쥔 날붙이를 빤히 들여다 봅니다. 거친 손길로 옆쪽으로 던져 버릴게요.) ...너.
나와 같이 가. 내게 필요한 건 일말의 양심, 일말의 주저함이니까.
네가 없으면 난... 꼼짝없이 죽어.
난...
 
Rebeca:살고 싶어...
 
Sarah:......(칼을 내던진 후에 들리는 본심에 잠시간 숨을 고르며 눈을 감습니다. 가슴이 답답해요. 변함없이, 하지만..) 나도 돌아갈 곳을 잃게 해놓고선 그런 요구를 하니...
갈 수 있는 곳은 있는 거야?
 
Rebeca:...내 친구에게 갈 거야.
봤지? 아니, 직접 겪었군. 내게 그 주문을 가르쳐 준 친구 말이야.
 
Sarah:가르쳐준 친구. (어딘지도 모를 숲의 한가운데를 바라보다 조용히 묻습니다. 정말 그저 궁금하다는 듯이.) 그 주문들은 마녀의 주문이야?
 
Rebeca:글쎄. 그 앤 세간에 마녀라고 불리기야 했지. 이젠 나도 다름없지만.
왜, 좀 꺼림찍하니?
 
Sarah:그냥. (당신의 답을 곱씹으며 잠시 뜸을 들입니다.) 궁금해도 물어볼 수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내가 없으면 죽는 마녀라니, 모순적이잖아.
 
Rebeca:그게 왜 모순적인데? (마주, 순수히 궁금하다는 듯한 표저입니다. 사람이 사람인 탓에 제법 불량해 보였으나...)
 
Sarah:...(이걸 말해야 하나 잠시 망설입니다. 어디에도 꺼내본 적 없는 생각이므로.) 재판에 오른 마녀는 수도 없이 봐 왔어. 거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그래왔지..
당장 죽이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들 말하지만...너만 해도 내가 없으면 죽는다잖아.
난 누구도 막아낼 수 없는데...그게 무슨 마녀야?
(잠시 눈을 흘깁니다.) 나한테 칼 들이민 사람한테 할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생각을 했었단 뜻이야.
 
김신선 :어...그냥 대충
 
10 (GM):아ㅠㅠㅠㅠ
 
Rebeca:네가 없으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제법 사람답게도 보인다는 거지?
웃기네.
네 논리대로라면 네가 봐온 그 모두가 다. 마녀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거잖아.
마땅히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지 못했으니.
실제로도 많이들 그렇겠지만. (어깨를 으쓱입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지금 경각에 달린 건 그들이 아니라 내 목숨이라고.
난 널 저주할 수 있어. 이건 진실이야.
 
Rebeca:그러니 마녀의 저주가 무섭다면...
함께 가.
 
Sarah:(평소에 마녀에 대해 홀로 궁금해하고 공상적인 생각을 하며 지냈다지만...재판에 대한 반감과는 별개로 표정은 복잡합니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과 길을 떠난다니 그럴 수밖에요.) 어차피 나도 네가 없으면 아무데도 못 가..
 
Rebeca:(소리내 웃습니다. 유쾌한 듯도 보이는 얼굴, 목숨을 위협받는 자답지 않게 천진합니다.) 그건 유감이야. 내게 삶이 망쳐진 것을... 축하해.
 
결국 다시금 동행합니다.
 
언뜻 옆에 나란히 걷는 웅덩이에 신발이 젖고
 
치맛자락이 온통 숲의 흙먼지로 더럽혀진 모습을 봅니다.
 
방금까지 당신을 위협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평범하고 지난한 여성에 불과합니다.
 
숲은 여전히 컴컴합니다.
 
당장 아까까지 그녀가 도망쳐 나온 재판이 아침에 열렸으니 해가 아직 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디고 똑같아 보이는 뺵뺵한 나무 사이로 여자는 잘만 길을 찾아갑니다.
 
Rebeca:이웃마을을 거쳐야 해.
사정이 이러니 소문이 거기까지 닿았을지도 모르겠네. 조심해야겠어...
 
터무니없는 일입니다.
 
악마의 주문을 알고 있는 마녀의 도주를 함께하다니요.
 
수풀을 헤치고 나아가자면
 
앞서 가던 여자의 등이 잠시 멈춥니다.
 
누군가 가꾼 듯한 꽃밭이 근처에 있던 탓입니다.
 
Rebeca:꽃이군.
 
여자는 씹어뱉듯이,
 
Rebeca:난 저것들이 싫어.
 
말하고는 꽃잎을 짓뭉개며 나아갑니다.
 
Rebeca:꽃을 좋아하니?
 
Sarah:..매우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 말하기 좀 뭣하지만 난 좋아하지..
 
Rebeca:왜?
보기 아름다워서?
혹은 네게 대꾸하지 않아서?
 
Sarah:...(왜인지 답하기가 점점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그냥, 다양하게 생긴게 좋아서.
 
Rebeca:어린애같은 답변이네.
그게 오히려 나쁘지 않고.
 
Sarah:(어린애같다고 듣는건 칭찬인걸까?) 넌 왜 싫어하는데?
 
Rebeca:... (입을 비죽입니다. 전혀 웃는 것 같지 않은 모양새로, 한쪽 입꼬리를 올려요.)
좋아한다는 사람 앞에서 말하기는 좀 뭣하네. (지레 장난스러운 목소리입니다.)
너, 꽃말이란 걸 알아?
 
Sarah:알지, 웬만한 꽃마다 있잖아.
 
Rebeca:그건 당최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그 꽃에 그 꽃말이 지어진 이유가 뭐냐는 거지.
 
Sarah:...(몇몇개의 꽃말을 생각해보며 꽃들을 내려다보다가 당신을 봅니다.) 꽃말의 기원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 안 해봤어.
애초에 내가 꽃에 관심을 가지기도 전부터 있던 말들이었으니까..
 
Rebeca:이미 정해져 있던 것이니 알 바 아니라 이거지.
아, 나무라는 건 아냐.
나야 싫어하니 이러는 거고...
...그래. 그냥 그렇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건데 말이야. (실소합니다. 빙글 돌아 당신을 마주봐요.)
너, 몇살이지?
 
Sarah:(고개를 잠시 갸웃합니다.) 열 여덟 살.
 
Rebeca:(푸핫) 그냥 어린 애가 맞잖아?
 
Sarah:..넌 몇 살인데?
 
Rebeca:칠천 살.
 
Sarah:....아, 응. 그래. 칠천 살. (어릴 것 같다고 결론 내립니다.)
 
Rebeca:안 믿어? (불퉁한 표정 지어요)
 
Sarah:믿어요, 어르신.
 
Rebeca:(기분이 좋지는 않은지... 눈을 가늘게 뜹니다.) ...오냐.
 
뺵빽했던 나무들의 간격이 듬성듬성해지고,
 
늦은 오후에 잘 익은 햇살이 그 사이로 비칠 즈음이었습니다.
 
이웃마을의 샛길입니다.
 
Rebeca:평소엔 그냥 지나쳐 갈 수 있지만, ...
누가 내가 가는 걸 봤다고 증언할지도 모르니 여기서 말을 훔쳐 타고 가는 게 좋겠는데.
 
도대체 이 마녀는 도덕의식이라곤 한 움큼도 없는 건가요.
 
그보다 이여자, 말을 탈 줄 아는 건가요?
 
Sarah:...말?
 
Rebeca:말장난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Sarah:아니, 그런게 아니라...(어디서부터 딴지를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걸기에도 먼 상황이 됐지만..) 너 말 탈 줄 알아?
 
Rebeca:말 위에 앉아있으면 되는 거 아냐?
 
Sarah:(...) 그게, 맞긴 한데...말 위에 올라타는 방법이라든가 그런거.
 
Rebeca:...?
뛰어 올라가.
 
Sarah:...?
 
Rebeca:뛰어오를 줄 몰라? 거북이야?
 
Sarah:너 나랑 숲 달렸던 거 잊었어?
 
Rebeca:...
(고민)
그럼...
넌 말 뒤에 매달아서 끌고 가 줄게.
 
Sarah:...아, 날 처형시키고 싶었던거야?
 
Rebeca:목을 매달겠다곤 안했는데.
(이마를 짚어요) 어쩌다 이런 녀석을 인질로 잡아서...
 
Sarah:그러게 어쩌다 날 잡았어..(묘하게 상대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난 그냥 이렇게 살아왔는데.) 뛰어 올라가는 시도는 해볼게.
 
Rebeca:됐어. 뛰다가 넘어져서 목이 부러지느니, 내 무릎을 밟히는 편이 낫지. (투덜거려요.)
 
두 사람은 조용히 샛길로 들어섰습니다.
 
점차 민가가 나오고,
 
사람이 땅을 밟아 낸 길이 넓어집니다.
 
집들 사리오 여자는 마굿간이 있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립니다.
 
Sarah: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들리는게 없다..)
 
그런데 마을이 아무리 작다 해도 이렇게 조용할 수 있나요?
 
기척이라곤 들리지 않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전부 외출 중인 걸까요?
 
Rebeca:...무슨 소리지?
 
여자가 고개를 한 방향으로 홱 쳐듭니다.
 
마굿간이 딸린 집은 보이지 않습니다.
 
여자가 한 곳을 멀리 바라보더니,
 
Rebeca:광장이야.
 
말합니다.
 
Rebeca:다들 광장에 모여있는 것 같은데.
 
Sarah:...광장에? 사람들이 다 광장에 모일 일이..
 
Rebeca:글쎄. 어차피 이 편에는 마굿간이 없고, 반대편으로 가려면 광장을 지나야 하긴 해.
 
Sarah:(흙먼지가 묻은 치마를 봅니다.) 우리한텐 관심이 없길 바라야겠네.
 
Rebeca:(눈짓할게요.) 적어도 네게는 나보다는 없겠지. 앞장 서. 네 머리카락에 얼굴이나 숨겨야겠다.
 
Sarah:그렇게 한다고 숨겨지겠...(제 뒤에 선 당신의 체구를 다시금 보고는)구나.
 
Rebeca:원래 작을수록 센 거랬어.
 
Sarah:그래, 너 세지..(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장서서 광장으로 걸어갑니다.)
 
Rebeca:(기분이 좋지 않은...)
 
두 사람은 광장으로 이동합니다.
 
해가 점점 기울면서 하늘은 따뜻해지는데,
 
Sarah: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저토록 불길한 햇볕 사이로
 
코를 스치는 탄내,
 
그리고,
 
"아아아악!"
 
들었습니까?
 
비명소리.
 
광장으로 나아가면 곧 이 마을의 모든 사람이 이곳에 모여있었음을 바로 알게 되는 숫자의 군중과 마주합니다.
 
여자는 잠깐 멈칫했으나,
 
곧 이 사람들이 자신 아닌 한 곳을 주시함을 깨닫고는 자연스럽게 무리에 섞여듭니다.
 
Rebeca:...가자.
 
그리고 그 사이로.
 
그들이 보는 그 앞에.
 
Sarah: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있는 것이 당신에게 보이지는 않았으나,
 
자욱한 연기와 지독한 육고기의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홧홧한 열기가 앞쪽에서 더듬어집니다.
 
"제발,"
 
그 가운데에서 처절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웃는지 우는지 분간이 되지 않는 쉰 목소리는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것에 말끝마저 잡아먹혀 흐려지고 맙니다.
 
" 간곡히 부탁합니다......"
 
지독한 냄새...
 
지독한 냄새...
 
"장작을 더 넣어주세요."
 
그녀가 하는 말은 그것뿐입니다.
 
"...장작을 더 넣어주세요."
 
비통한 목소리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람들이 웅성입니다.
 
개중에는 소리를 냅다 지르는 이도 있고,
 
두려워하는 이도 있으며,
 
몸을 떨며 희열하는 이도 있습니다.
 
"아멘!"
 
누군가가 외칩니다.
 
"아멘! 아멘!"
 
사람들이 부르짖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턱을 치켜들고 느리게 불에 타들어가는 여자를 향해,
 
혹은 그녀의 머리 위 허공을 향해,
 
어쩌면 더 높은 곳을 향해 기도하듯이 숭고하고 엄숙하게 눈을 감습니다.
 
입이 마르는 풍경 속에서 손이 확 끌어당겨집니다.
 
여자입니다.
 
진절머리 내는 얼굴로,
 
Rebeca:...따라와.
 
다만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그 어떤 말도 얹지 않은 채로 당신을 당겼습니다.
 
이내 진중한 기도는 끝난 것처럼 누군가가 시작한 가열찬 환호성이 먹먹하게 고막을 장악합니다.
 
Sarah: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나가면서 끝내 보았습니다.
 
반쯤 태운,
 
말 그대로 불에 태워 뼈가 드러나고 피고름이 뚝뚝 뭉치는 맨가슴을요.
 
터져 너덜거리는 살점,
 
얼굴이 겨우 움직여 어떤 말을 발음해냅니다.
 
"저는 결백,"
 
아래 피가 지글지글 끓고 있었습니다.
 
덜 마른 장작이 그제야 축복처럼 겹겹의 화염으로 여자를 감쌌습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Sarah: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Sarah:(여러 번, 수도 없이 보아온 광경입니다. 때문에 당장 오늘 참석했던 재판에서도 담담할 수 있었어요. 나는 이미 적응했고, 무기력을 배웠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새삼 새롭게 붕 뜬 두려움이 떠오릅니다. 나도 돌아갈 수 없어져 그런건지, 그도 아니면 앞서 끌어당기는 사람 때문인건지..괜히 끌어당기는 손을 잡습니다. 안 그러면 걷지 못할 것 같아서요.)
 
Rebeca:... (장작이 덜 마른 건 일부러야. 그렇게 한탄하듯 뱉으려다가, 손에 느껴지는 압력에 입을 다뭅니다. 당신은 사람이군요. 염세적인 구석이 있으나 꽃을 좋아하고, 병사들에게 대들 수 없이 온화하여 목숨을 위협하는 이와도 손을 맞잡는. 나 역시 그럴 수 있었다면, 마녀가 불리지 않았을까요. 그럴 리 없겠지만.)
...마굿간을 찾았어. 지금이라면 누구도 보지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여자의 뒤쪽으로 해가 지고 있습니다.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목숨 하나와 하루의 낮과.
 
흥분한 군중 속을 헤치고 다시 인적이 드문 너머로 걸음을 바삐 옮기면 여자의 말대로 작은 마굿간이 딸려있는 집이 보입니다.
 
말에 고삐는 채워져있지만 안장이 없는데 괜찮을까요.
 
마굿간은 사방이 뚫려있지만 말이 쉽사리 뛰어넘을 수 없게 나무 울타리를 덧대어놓았습니다.
 
문엔 잠금쇠가 걸려 있고요.
 
Rebeca:... (이씨)
 
Sarah:..잠겨있네.
 
Rebeca: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냅다 발로 찼나)
 
Sarah:(와...)
 
우지끈, 소리와 함께 문 일부가 부서집니다.
 
이제 말이 나올 수 있겠네요.
 
Rebeca:감상에 빠져있을 시간은 없어.
타.
무릎 세워줘?
 
Sarah:...(말 옆에 서서 높이를 가늠하더니 곧바로 당신을 봅니다.) 솔직히 말할게, 뛰어오르다가 그대로 넘어질 것 같아.
 
Rebeca:넘어지면 목이 꺾여서 그대로 천국으로 가는 거고.
(매우 찝찝한 표정으로 말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반대쪽을 세워 줍니다.) 넌 부끄러운 줄 알아. 나 사실 열일곱이거든?
 
Sarah:...(열일곱이라는 말을 듣자 감출 새 없이 얼굴이 굳습니다. 어린 나이잖아요. 정말 어린 나이..) 부끄러움은 숲 달릴 때 떨어졌던 것 같아. (뒤늦게 말을 이으며 무릎에 발을 올리다가 눈이 마주치면 뜸들이던 감사인사를 꺼내고는 말 위에 올라탑니다.) 무릎 올려줘서 고마워.
 
Sarah:
승마
기준치: 30/15/6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Rebeca:(아이고 화상아)
 
Sarah:(미안...)
 
안장 없는 승마라뇨.
 
그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기우뚱.
 
구르고 맙니다...
 
Rebeca:...살아있어?
 
Sarah:...살아 있나?
 
Rebeca:입은 살아있네.
 
Sarah:안 죽었으면 됐지...(다시 일어납니다.)
 
Rebeca:긍정적인 건지 멍청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입술을 잘근잘근 뭅니다. 이내 찌릿하니 올려봐요.) 됐어. 걸어 가.
두고 갈 수도 없으니.
 
Sarah:..너 인질 정말 잘못 골랐다.
 
Rebeca:안 그래도 후회 중이야.
넌... 눅눅한 숲속보단 따스한 요람이 어울리네. (삐뚤게 웃습니다. 조금은 후회하고 있어요. 이런 여정에 당신을 끌어들인 것을.)
 
Rebeca:...자. 달려도 따라잡지 못할 테니. 우리는 목숨을 걸고 걷는 수밖에 없겠구나. (냉큼 손을 내밉니다.)
 
Sarah:숲속에 이미 들어갔으니 걸어야지 어쩌겠어. (내밀어오는 손을 잡습니다.) ..급하면 뛰어도 돼. 평지에서 뛰는건 괜찮을걸, 아마...
 
Rebeca:그래, 이 참에 달리기를 연습해. (씩 웃어요. 앞장서 걸음을 내디딥니다. 혼자라면 더 멀리도, 더 방해받지 않고 갈 텐데. 왜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은 잰 걸음으로 숲 속으로 뛰어듭니다.
 
멀리서 소리가 잦아들고,
 
허공에 새겨지던 붉은 햇빛이 까무룩 모습을 감춥니다.
 
다시 향합니다.
 
목숨을 구걸할 수 있는 곳으로.
 
한참하고도 또 한참이었습니다.
 
숲속은 낮이어도 깜깜했으니 해가 진 지금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풀벌레 소리만 몇 번 들렸다 꺼지고,
 
발길이 가는 데마다 이파리가 스치는 소리가 서늘했습니다.
 
나무들은 음산한 기둥처럼 시야를 가로막습니다.
 
얼마의 나절 동안 이렇게 길에 올랐을까요.
 
그때, 여자가 당신을 돌아봅니다.
 
어슴푸레해 달빛에 희미하게 빛나는 저 눈동자가 아니면 돌아본 줄도 모를 뻔 했습니다.
 
Rebeca:이제 다 왔어.
 
Sarah: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게 말하는 여자의 앞에 온기 품은 불빛이 어룽거리고 있습니다.
 
조금 더 멀리,
 
시야를 넓히면 굉장히 낡아보이는 오두막이 있습니다.
 
희미하지만, 등잔이 오두막의 문 앞에 매달려 빛을 냅니다.
 
붗빌의 근원지는 저것이었군요.
 
삐걱이는 문 여는 소리가 들립니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로브로 온몸을 가리고 있는 작은 체구의 인물이 그늘에 잠겨 두리번거리다, 당신과 여자를 발견합니다.
 
여자는 안도한 듯 숨을 탁 길게 내쉬고는,
 
Rebeca:세크레타.
 
인물을 부릅니다.
 
호명에 세크레타, 라 불린 이는 썼던 후드를 걷고는, 당신과 여자를 번갈아보다가 오두막 쪽으로 손짓했습니다.
 
불빛에 비친 세크레타를 당신은 봅니다.
 
...얼굴 반쪽이 없습니다.
 
눈두덩은 무너졌고 광대는 살갗에 덮인 것인지 날 뼈인지 도무지 구분이 가지 않으며,
 
그 위로 자글자글하게 피부가 완전히 쪼그라들었습니다.
 
입술이라 불릴 것이 없으며,
 
입을 벌리면 반쪽 남아있는 입술의 부피가 오히려 기이할 정도입니다.
 
관찰이나 지능 판정 해볼까요
 
Sarah: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위로 지진 자국, 같은 게...
 
인두로 얼굴 반쪽을 완전히 소실시킨 모양이군요.
 
세크레타가 말합니다.
 
여성의 낮은 목소리입니다.
 
Secreta:짐을 달고 왔구나.
 
Rebeca:짐이 아니라... 목숨줄이지.
 
여자는 대답하고서 당신을 봅니다.
 
세크레타가 오두막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오라 다시금 손짓합니다.
 
여자는 순순히 들어가는군요.
 
그녀는 세크레타에게 간략하게 당신과 이곳까지 오게 된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마녀 재판에서 마녀로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
 
당신을 인질잡았다는 것,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과,
 
가더라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역시요.
 
세크레타는 여러 개의 등잔을 켠 내부에서 채소 수프를 낡은 접시에 떠다 당신과 여자에게 쥐여줍니다.
 
뾰족한 대답 대신 침묵과 경청입니다.
 
Secreta:일단 쉬어두는 게 좋지 않겠니?
 
세크레타는 길게 이어지던 이야기 끝에 말했습니다.
 
Secreta:동쪽으로 가. 사람들은 마녀가 악마를 만나기 위해 서쪽으로 향한다고 믿으니까, 내일 해가 뜨면 동쪽으로 가.
 
여자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세크레타가 작은 오두막 안의 벽을 밀어 열면 창고 같은 공간이 나옵니다.
 
안에 지내기에 썩 괜찮은 침대가 두엇 있습니다.
 
Rebeca:...개울에서 씻을 물을 떠 올게.
 
여자는 익숙하게 문 옆에 있던 양동이를 들고 나가버리고.
 
세크레타와 당신만이 남았습니다.
 
Secreta:당신은 어떡할 테지?
 
그녀가 묻습니다.
 
Secreta:인질로서의 쓸모는 다한 것 같은데. 여기까지 저 아이가 살아서 왔으니 말이야.
 
악의 없는 무심한 목소리.
 
Sarah:(많은 일이 있었어서 그런건지, 어떡할 거냐는 물음에 그제야 머리가 돌아가고 눈을 두어번 깜박입니다.) ..모르겠어요. 원래 살던 마을은...돌아가기 어려울 테니 갈 곳이 마땅치 않네요.
 
Secreta:당신은... 강제로 끌려갔다 버려졌노라고 어찌 잘 하소연하면 받아 줄 성도 싶은데 말이야...
 
Sarah:그럴까요...(화살 몇 발을 피해 달렸던 기억 때문인지 말끝을 흐립니다. 따로 할 말이 더 떠오르지 않아 당신을 봅니다.) 주문을 알려준 친구에게 간다고 했었는데...그 친구가 당신인가 보군요.
 
Secreta:그래. 혹여 붙잡혀 고행을 치를까 걱정되어 제 몸을 지킬 수 있는 마법을 조금 알려줬지. 보아하니 사용은 무리없이 해낸 모양이구나.
 
Sarah:(마법. 현실에서 벗어난 단어에 멍하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직접 보긴 했지만...주문이나 마법이란게 정말로 실존했던 건가요? 마녀라고 일컬어지던게...
 
Secreta:그렇다구나. 나도 믿지 않았지만. (느린 동작으로 눈을 감습니다.)
 
Sarah:......(잠시동안 고민하며 여자가 나간 문을 보다가 입을 엽니다.) 나는 저 사람에게 마녀같지 않다고 했었어요. 이제껏 봤을 재판대 위의 모든 사람들까지 포함해서...마녀가 아닌거죠? 저 사람은..
 
Secreta:사람들이 무엇을 마녀로 정의하는지에 달린 문제 같다만은...
저 아이가 무고하다는 것만은 성명하마. 조금 까칠하기야 하지만...
그 모두가 마녀가 아니라 할 수 있는지는 나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구나.
어떠니, 이상한 마법을 행하고 가르칠 수 있는 나는 마녀 외의 말로 표현될 수 있겠니?
 
Sarah:(마녀가 실존한다는 것을 알자 복잡해진 표정이지만 입을 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습니다.) 사람들은 마녀가 마법을 행한다는거엔 크게 관심이 없을걸요.
그냥, 당장 잡아 죽이지 않으면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를 마녀로 정의한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은 그래요.
당신과 저 사람은 나에게....(칼을 들이밀던 여자가 떠올라 눈이 잠시 흐려지지만..)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전 마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Secreta:그럼 그들에게는 해를 끼쳐 마녀라 정의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니?
담론은 의미없단다. 우리가 이유를 찾으려 해맨들, 저들에겐 눈꼽만큼의 영향도 가지 않을 테니.
 
Sarah:(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긴 하네요, 언젠가 물어봤지만 이상한 책 좀 그만 읽으라는 말만 들었으니.
당신은 여기에 계속 있을 건가요? 쫓기는 중이라 이곳까지 사람들이 올지도 모르는데요.
 
Secreta:억울하지. 그런 뜻을 가지고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 것 같은데도 의도를 곡해당하는 것. 하지만 사람은 너무도 그리하기 쉬운 존재이고, 그것이 이 세상이 굴러가는 방식이야.
너도 그들 앞에 의혹을 표하는 것에는 조심하렴. 소녀가 마녀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니.
너희같은 아이들이 또 언제 올 지 모르니... 난 여기 있을 셈이란다. 내 터전을 두고 떠나고 싶지 않기도 하지. 가늠할 수 있겠니? 나는 사실 산파였는데.
 
Sarah:산파...(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상대가 산파였다는 것에 놀랐다기 보다는..) 그런데 어쩌다가...무례한 질문이었다면 미안해요.
 
Secreta:내 언니는 사내아이를 두 번 유산했지. 그건 어쩌면 저들에게 있어 마녀라 불리기 충분한 이유라서... (어깨를 으쓱입니다.)
정말 악마라는 것이 있는지 찾아봤을 따름이란다. 세간에서 말하는 마녀와는 달리 이런 것은 사한 교단이나 다름없었던 것 같지만.
마법이 어떤 건지 생각해 본 적 있니?
 
여자는 말했습니다.
 
Secreta:그들은 마법이 혐의의 증거를 없앨 수 있기 때문에 그저 의심받도록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만으로도 재판이 가능한 죄라고 믿지.
근데 마법은,
 
그녀는 손을 펼칩니다.
 
이제 보니 엄지손가락도 기괴하게 꺾여있습니다.
 
...고문의 영향일까요.
 
Secreta:대가가 필요한 거야. 모든 게 그래.
세상에는 무어든 결국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가 있고, 그 일이 일어나기 위해 치러진 대가의 값을 우리가 알지 못할 뿐이지. 그 중에는 사람이 행하지 않은 것들도 더러 있어. 가렴 끔찍한 재해 같은 것.
재앙이 일어난다면 이유가 있겠지. 사람의 것이 아닌 이유. 그게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들을 불에 태운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야.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야, ... 당신도 여기까지 따라온 마당에 다시 돌아가서, 지금과 같은 의혹을 꺼내이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겠니.
그들이 원하는 답은 애초에 정해져 있어.
그런데, 그렇다면. 결국에 진짜 악인은 누굴까.
 
세크레타의 말이 끊기면 잠깐 들어차는 침묵을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깨뜨립니다.
 
세크레타는 당신과 마주라던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렸다가, 곧 아래로 떨어트립니다.
 
Secreta:...피곤할 테니 어서 자.
 
Rebeca:뭐야, 사이 좋네.
 
Sarah:..그래보였어?
(너무너무 어색했는데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Rebeca:(끄덕) 둘이 성격도 좀 비슷해 보이는데.
 
Sarah:확실히 대화 나누기엔 편했었지..(어색한거랑은 별개로. 고개 끄덕입니다.)
 
Rebeca:아니, 좀 바보같다는 게.
 
Sarah:...
 
Rebeca:세상 살기 부적합해보여.
세크레타도 운동 못할 것 같다. (좀 웃어요.)
 
Sarah:웬만한 사람 붙여놔도 네가 더 잘할걸.
 
Rebeca:응.
이제 알았어?
 
Sarah:너한테 잡혔을 때부터 그런 생각 하긴 했는데.
 
Rebeca:그건 마법이었는데...
 
Sarah:그거랑 별개로도 세다고 느끼긴 했어..
 
Rebeca:그래, 그럼. (새침하게 답했으나 기분은 좋아 보입니다.)
역시 인질은 잘못 잡은 것 같아.
하지만 네가 아니었다면... 그래. 재미있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Sarah:...(뭔가 묘한 기분입니다. 종합하자면 그냥 잘못 잡은 인질이라는것 같은데.) 으응, 나도 내가 사람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거 처음 깨닫긴 했어.
그리고 너도 재미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Rebeca:...어디가?
난 너처럼 몸개그도 안하고 바보같지도 않거든?
 
Sarah:칠천살 어르신이었다는 점이?
 
Rebeca:...
머리를 세게 치면 기억을 잃으려나.
 
Sarah:...(머리 양손으로 누릅니다.) 내가 무슨 말 했었나..
 
Rebeca:눈치는 나쁘지 않네.
 
Sarah:살아남을 눈치는 있어야지..
 
Rebeca:그래, 난 널 죽일 수도 있지.
그러진 않을 거지만.
 
Sarah:...엄청난 관계의 발전이네. 몸개그 한 보람이 있구나.
 
Rebeca:차라리 죽여주길 바라진 않았겠지?
(비척비척 걸음을 옮겨 침구 속으로 파묻힙니다. 옆자리를 툭툭 두드려요.) 자, 너도 누워 봐. 누구와 함께 눕는 건 처음이란 말야.
 
Sarah:(침대 두 개를 나눠쓰는게 아니었나 보다. 당신이 누운 옆자리에 앉고는 천천히 몸을 뉘여 봅니다.) ...역시 좁다.
 
Sarah: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Rebeca:?
 
Sarah:?
 
Rebeca:너 뭐야. 네가 마녀지.
 
Sarah:..숲 달리느라 체력 올랐나 보지.
 
비척비척 이어지는 여자의 걸음을 따라 침대에 눕습니다.
 
피로하지만 잠은 오지 않습니다.
 
이 침대도 어쩌면 무수한 여인들이 누워 잠시 잠을 청하거나
 
아이를 낳으려 부른 배를 붙잡고 다리를 벌렸을까
 
혹은 병에 시들어 앓았을까 싶습니다.
 
Rebeca:...알고 보면...? 운동 체질인지도...
넌 뭐 하는 사람이야?
 
Sarah:...그냥, 꽃이나 약초 공부하기도 하고. 책도 읽고...? (잠시 뜸들입니다.) 딱히 뭐 안 하는 사람.
 
Rebeca:그래, 백수.
정말 딱 너다운 것들만 하는구나?
 
Sarah:(백수란 말에 손뼉을 작게 두어 번 쳐줍니다.) 정답.
책 읽던건 비밀이었지만...넌 뭐하는 사람인데?
 
Rebeca:난 뭐 엄청 많이 하는 사람.
 
Sarah:(그게 뭔데...천장에 있던 시선을 돌려 당신을 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Rebeca:지나다니는 나으리 지갑도 좀 슬쩍하고, 바보같지만 좋은 아주머니가 하룻밤 재워준다 하면 사양하지 않고, 별로 필요도 없는 일을 시키고 돈 준다면 좋다구나 하는 사람.
어때, 마녀로 몰리기 충분히 보여?
 
Sarah:마녀는 무슨, 그냥 열심히 살았구나 싶은데.. 첫번째 경우는 빼고.
 
Rebeca:(쳇,)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Sarah:누구 지갑 슬쩍한다는 것만 그만두면 되지 않을까..사실 그것도 내가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닐지 모르지.
그냥 그렇게 살다가 마녀로 몰린거야?
 
Rebeca:내가 심부름하던 집 사람들이 다 죽어서 그래.
전염병이라도 걸렸나 보지.
 
Sarah:...마른하늘에 날벼락 내린 격이네..
 
Rebeca:됐어.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건 나도 아니까.
나는 그냥... 그렇다고 내가.
죽을 짓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Sarah:...(몸을 돌려 옆으로 눕습니다. 당신과 마주 볼 수 있도록요. 그리고는 팔을 벌려 당신의 등을 안고 끌어당깁니다.)
 
Rebeca:...이거 놔.
 
Sarah:오늘 하루 몸개그 보인 값이라고 하자. 재미있었다며.
(품에 다 들어오는 몸을 안으며 벽을 봅니다. 정말 싫다면 알아서 내치겠지. 그 전까진 안고 있겠다 다짐합니다.)
네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랑은 별개로..많이 지친 사람이라는 건 알겠네. 지쳤을 땐 포옹받는 게 좋대. 누구랑 같이 누워본 김에 새로운 경험 하나 더 해보는 셈 쳐 봐.
 
Rebeca:동정 같은 건 진절머리 나. 그것에 기대어 연명해오면서도 진심으로 바란 적 따위 한 번도 없었어.
넌 그냥 실수하고 있는 거야. 멀쩡히 잘 살아가고 있던 네 삶을, 어쩌면 마녀란 이름의 수렁으로 끌어들였을지 모르는 요망한 꼬마를 경멸하지 못하는 건.
그건 정말 바보같은 짓이고, 정말, 정말로...
너무 싫어... (그러나 밀어내지 못합니다. 품 안에서 몸을 옹송그려 제 손에 얼굴을 묻어요. 흐느끼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너무 사치스러운 듯 싶어서.)
 
Sarah:...(더 작게 말아진 몸을 안은 채 작은 소리로 조곤조곤 말합니다.) 난 멀쩡히 살아간 적 없어..네가 나 보고 염세적이어 보인다고 했었지. 그건 그냥, 살기 부적합했던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야. 체력의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 말이야.
네가 아니어도, 나도 삐끗하는 순간 가라앉을 수 있어. 그냥...너도 나도 살고 싶어하는 사람일 뿐인 거야. 그러니까 난 애초에 널 경멸할 이유가 없어.
 
Rebeca:...아하하. (작게 웃는 소리를 냅니다. 최초와 같은, 상황에 맞지 않게 천진한. 고개를 묻고 있던 손을 떼어냅니다. 팔을 둘러, 당신의 어깨를 꾹 쥐어요.) 멍청이. 금이 간 주제에 조각난 것을 위로하려 들지.
난 널 물귀신마냥 끌고 내려온 거야. 넌 피해자라고. 그래도, 그래도 날 경멸하지 않겠다면... 넌. 읍소해서라도, 무릎을 꿇고 손을 부딪혀 빌어서라도, ... 증명해. 네가 마녀가 아니라는 걸. 그리고 살아.
나도, 나도 어떻게 해서든 살게. 도망쳐서, 더이상 내 얼굴을 아는 이가 없고, 마녀란 이름을 이해하는 이가 없는 곳까지 가서, 그렇게 살게.
내 특기잖아, 달리는 거.
 
김신선 :
 
Sarah:(웃음소리가 들려오면 그제서야 마주 웃습니다.) 몇 번째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너 정말 인질 고르는 눈 없다, 그렇지.
....(아무 말 없이 잠시간 대답을 않다가 등을 토닥입니다. 참 이상하죠, 사람들 틈에 섞여 살던 때보다 지금이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맞아, 넌 강하니까...그곳까지 갈 수 있을 거야.
그거 아니, 네가 살라고 말 안했다면...언젠가 내가 잡혔을지도 모르는 때에 포기했을지도 몰라.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이 말은 나에게도 조금 생경하게 다가와서...눈을 몇 번 더 깜박인 후에야 다시 입을 엽니다.) 나도 어떻게서든 살아볼게.
 
Rebeca:(흐흐흐, 목 안쪽에서 웃음소리를 냅니다.) 넌 절박하고 처절하게 살아남아야 해. 이건 마녀의 저주니까. 우습지 않니. 우리는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이 세상을 미워할 텐데 그럼에도 이곳에 발 붙이고 살아있고 싶어한다는 것.
너, 역시 날 만난 건 일생일대의 불행이야. 그리고...
있지, 어쩌면. 나...
...
아니다!
잠이나 자, 미련한 거북아. 내일은 동쪽으로 또 한참 걸어야 하니까.
 
Sarah:...내가 인정한거긴 하지만 네가 말하는 내 취급 조금 너무한 것 같아. (부적합하다든가, 거북이라든가 하는 것 말이에요. 짧은 항의도 잠시, 조금 더 약하고 느리게 당신의 등을 토닥이며 눈을 감습니다.) ...그래, 잘 자.
 
Rebeca:너무하다고 생각하면, 멋지게 고쳐 나타나던지. 뭐, 난
그걸 바라진 않지만...
 
Sarah:...(등을 토닥이던 손길이 잠시 멈추더니 한 번 더 웃음을 터트립니다. 이번엔 조금 크게요.)
...나도 먼 나중의 네가 안 변했으면 좋겠다. 잘 달린다든가 , 힘 센 거 말이야.
 
Sarah:네가 말 타는 것도 궁금하긴 했어..
 
Sarah:(고개를 조금 숙여 당신을 내려다 봅니다.) 키는 조금 크는게 좋으려나.
 
Rebeca:뭐?
 
Sarah:왜?
 
Rebeca:넌 이미 키가 멈췄을 테지만 난 아직 자라거든?
 
Sarah:그래, 그러니까 말이야. 힘도 세고 잘 달리고 키도 크고. 멋있게 성장하는 거잖아. 왜, 내 키도 따라잡으려고? (이미 멈췄지만 자신도 여성치곤 상당히 큰 편에 해당하는 키긴 한데..)
 
Rebeca:널 내려다 봐야지.
그 정수리에 꽃이라도 피어 있는지 확인할 테니 두고봐.
 
Sarah:포부가 장난아니게 큰데...
좋다는 뜻이야. 그래...그렇게 큰다면 마음껏 내려다 봐.
 
Rebeca:기대해.
멋이 넘치고, 목숨을 위협받지 않게 되면. 그렇게 다시 만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으니까.
이제 자. 너 정말 쓰러진다, 내일.
 
Sarah:그래, 정말 이번에야말로 잘 자.
 
그리고 새벽입니다.
 
눈을 뜹니다.
 
땅이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서.
 
여자도 엉거주춤 상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빗소리가 들립니다.
 
아, 빗소리군요.
 
그래요. 빗소리였어요.
 
다시 평온한 잠에 빠져들려는 순간
 
세크레타가 벌컥 문을 엽니다.
 
반쪽밖에 남지 않은 얼굴이 황망감에 젖었습니다.
 
Secreta:병사들이야.
 
여자의 얼굴도 굳습니다.
 
침묵은 오래지 않았습니다.
 
말이 우는 소리와 땅을 울리는 말발굽소리.
 
Secreta:...뒷문이 있어.
빨리 가.
빨리.
 
산파인 그녀.
 
마녀인 그녀.
 
사람을 살리는 그녀.
 
여자의 친우인 그녀.
 
마녀가 아닌 여자.
 
그냥 여자.
 
...한 사람.
 
세크레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자가 당신의 손을 이끌고 뛰쳐나갑니다.
 
왜 당신 자신까지 끌고 가느냐에 대한 의문은 뱉을 새도 없습니다.
 
오두막을 나오면 한층 더 거세게 들리는 빗소리와 발자국 소리와...
 
"마녀의 집이다. 마녀들이 집회를 하는 장소야!"
 
병사들의 목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세크레타의 비명.
 
시야는 자꾸 흐리고.
 
꼭 우는 것처럼 빗물 탓에 물기로 흐려오고.
 
여자가 손을 잡아당깁니다.
 
미친 듯이 뜁니다.
 
나무가 빽빽한 숲속,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는 숲속,
 
비가 와도 물기를 머금고 잔뜩 개화해 있는 꽃밭이 중간중간에 펼쳐집니다.
 
여자가 웃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앞에서 손을 잡고 뛰고 있는지라 표정을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압니다.
 
아무리 뛰어도 말을 탄 병사들을 상대로 완전히 달아나지는 못할 거에요.
 
틀림없이 그럴 겁니다.
 
만약 그런다해도 이 여자는 계속 쫓기게 되겠죠.
 
당신의 이름이 아닌 마녀라는 이름 하나로.
 
Rebeca:꽃 싫어. 꽃이 싫어.
 
발목보다 낮게 핀 꽃잔디를 짓이겨 밟으며 쉴 새 없이 뛰며,
 
그녀가 말합니다.
 
"마녀야, 마녀!"
 
우리를 발견한 듯한 선두의 병사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자는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고백하듯이 토해냅니다.
 
Rebeca:꽃이 싫어. 나.
네가 더 잘 알겠지만, 사람들은 꽃 따위에 때때로 의미를 붙여.
가끔 주워듣기도 했어. 노란 장미는 질투라던가, 백합은 순결이라던가,
꽃은 갖고 싶지도 않았을 말들이지.
왜 그들에게 내 의미는 마녀가 되었을까?
왜 내 이름은 마녀의 이름이 되었을까?
 
굵은 빗줄기 사이로 멀리 나무 하나가 보입니다.
 
숲속의 키 작은 나무.
 
저 나무의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하얀 꽃이 나뭇잎 사이사이로 피어난 나무,
 
가막살나무입니다.
 
여자가 울음처럼 웃음을 터트립니다.
 
마구 흐트러지는 머리칼 사이로 옆얼굴을 보았습니다.
 
그녀가 묻습니다.
 
Rebeca:너,
...이름이 뭐야?
 
Sarah:(정신없이 숨이 터집니다. 아, 그러고보니까 이름을 몰랐어요. 이름을, 이제서야, 이제 와서.) ...나는 사라야.
(이제서야 하는 소개에 문득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울고 싶어져요.) ...너는..넌 이름이 뭐야?
 
Rebeca:...레베카.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그저 소리. 레베카.
사라. 우리 어쩌면 이제 체념해야 하는 걸까?
삶을 간청하기를 그만두고, 장작을 넣어달라며. 죽음을 간청해야 해?
 
10 (GM):맵네요...
 
Sarah:(뒤에서 옥죄여 오는 말발굽 소리는 너무나도 확실하게 이야기의 끝을 알려옵니다. 모든걸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에, 그럼에도. 괴로워도 말해야 합니다. 홀로 곱씹어 삼키곤 했던..)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체념하면 안 돼.
사람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우리는 사람이니까..
 
Rebeca:바보, 다 의미없는데. (성대가 울리지 않는 숨으로만 이루어진 언어. 손을 꾹 쥡니다.)
우연이네. 체념. 체념하는 방법이란 걸 난 알 수가 없어. 난 평생 이렇게 살아왔잖아. 저치들은 관심도 없겠으나, 난 평생 진창을 뒹구는 삶이라도 갈구하며 살아남아왔다고!
(제 머리를 마구 헝클입니다.) 비참해... 아니, 이건 그렇게 꼴사나운 단어로 포장될 감정이 아냐. 난 화가 나는 거야. 참혹하게 분노해.
이것도, 이것도... 사람의 감정이라고 말해줄래?
 
Sarah:..네가 사람인 이상 네 모든건 다 사람의 감정이야.
내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짓밟는다고 해도.
 
10 (GM):힘들다...
 
안죄송한데 고소장 좀 넣을게요:저 너무 힘들어요
 
Rebeca:...그렇지?
있지, 어쩌면.
나 널 갖고 싶었는지도 몰라.
널 끌어안고, 형편없는 세상을 함께 비웃다가 투신하고 싶어.
...그럴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하지만.
 
안죄송한데 고소장 좀 넣을게요:아뇨..................
 
Sarah:...하하, (울음에 막혀서 나오는 웃음소리는 작습니다. 웃음이 나옵니다.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우리가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그 짧은 시간동안 서로의 흠집을, 조각을 보고 어루만져 보고, 미래를 논하고...)
(조금 후회할지도 모르겠어요. 당신과 만난 것을요. 난 현실이 싫어요. 책속에, 이루어지지 않을 이상 속에 있는 것이 좋았는데, 맨정신으로 내던져지는 세상은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왜, 그렇게 할 수 없을까.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아, 왜...
 
Rebeca:왜냐하면... 그게 세상이니까. (늘 그랬잖아요. 읽지도 못하는 이야기 속의 무언가와는 다르게, 이 빌어먹을 세상은 무엇 한가지 간절한 것을 허용해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익숙하니 나는 웃어보일게요. 책과 꽃을 사랑하는 네게만큼은 동화가 있기를 바라면서.)
(나는 결국 당신을 끌어냈군요. 사람들의 마을로부터 춥고 눅눅한 숲으로, 아름답게 가꾸어진 책 속의 세상으로부터 현실로. 역시 이것은 당신에게 있어 불행임을 의심지 않으나, 기묘하게도 만족감을 느낍니다.) 적어도, 적어도...
넌 날 잊지 않겠구나, 사라.
영영 나를 사람으로 기억하겠구나.
어쩌면 나도, 너를 그렇게 기억하고 싶은데... (비망. 눈을 내리감습니다. 말을 잇지 않을게요.)
 
안죄송한데 고소장 좀 넣을게요:참나진짜............
 
Sarah:(잊지 않겠구나, 라는 말이 어제의 말과 겹치고, 바뀌고, 합쳐져 들리는 듯 합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남고, 나를 잊지 말고, 사람으로 기억해 달라는 말이요. 자신의 끝을 예상한 것처럼 흐려지는 말에 기어이 따뜻한 빗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목이 매여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요.)
 
10 (GM):아,,,
 
안죄송한데 고소장 좀 넣을게요:같이죽자요.............
 
Rebeca:(우는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도 희게 웃습니다. 장난처럼 노래처럼 당신의 이름을 입에 담아요.) 사라.
사라, 사라, 사라, 사라...
어쩌지. 나...
지금 처음으로 살아있는 것 같은데.
 
Sarah:(기어이 방아쇠를 당기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상적이어 뵈는 말은 나를 진창에 뒹굴게 해요. 지금에서야 살아있는 것 같다는 말에 나는 질식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도 그래. 라는 말은 차마 입밖으로 내뱉지 못합니다. 맞잡은 손을 하얗게 쥐며 흐느낌 속에 쥐어짜듯 입을 열어요.) .....하지마....그런 말 하지마...(참으려 해봤지만 결국 진심 섞인 애원입니다. 나에게 낙인 내리지 마. 살라는 저주를...)
 
Rebeca:(저주라 했잖아요. 아주 지독한 마녀의 저주. 난 배려나 함의 같은 것은 영 모르는 치인 탓에, 이것이 당신을 괴롭게 한다는 것을 어렴풋 눈치채면서도 뱉고 맙니다. 이것만이 나의 애정이에요. 물러서지 못하고 들이붓는 것. 기어코 아끼고 말았다면, 그것의 영원을 애원하는 것.)
그럼, 마지막으로 단 하나...
 
안죄송한데 고소장 좀 넣을게요:네...........
 
Rebeca:나랑 약속해. 네 삶의 길이를 보증할 수 없더라도, 이것 단 하나.
 
숨차게 뛰던 그녀의 뜀박질 속도가 점점 느려집니다.
 
체력이 한계에 달한 것입니다.
 
비가 내리는 숲은 새삼스레 아름답습니다.
 
가혹하게 아름다워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숨이 턱끝까지 차 당신과 뛰고 있노라면 당신이 비로소 눈물을 흘립니다.
 
이제 가깝습니다.
 
저 키 작은 나무.
 
꽃에 붙은 의미가 지나치게 거창한.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아름답고 누추한 한 문장.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고요.
 
Rebeca:너 글 쓰고 읽을 줄 알지? 책을 읽는다고 했잖아.
나와 약속해.
이 생을 넘어서. 죽음조차 넘어서.
다음에 또 만나면,
나 마녀가 아니라 레베카라고 기억해주라.
난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르는 내이름, 레베카.
 
레베카는 부탁합니다.
 
한 움큼도 안 되는 지지부진한 이 기억을요.
 
눈동자가 빛났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들어온 빛이 잔인하게 틈새 속에서 몰락했습니다.
 
Rebeca:마녀가 아니라, 레베카라고...
 
공기를 가르고 날아온 화살이 레베카의 등에 박힙니다.
 
죽여라! 마녀를 죽여!
 
아주 아주 느리게 들렸습니다, 그 소리는.
 
일순간은 손아귀로 억지스럽게 잡아늘인 것처럼 아주 길고 느리게.
 
거짓 조금 덧붙여서 영원 같은 한 찰나 안에서...
 
낙수하는 빗물보다 먼저 넘쳐 당신 발목을 적신 이름.
 
Rebeca:사람으로, 사랑받을 레베카라고......
 
화살이 하나 더 박힙니다.
 
그녀가 피를 토하며 고꾸라집니다.
 
당신의 손을 놓습니다.
 
만날 수 있을까요.
 
빗물처럼 범람으로 끝나버린 우리가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레베카가 웃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리워할까요. 슬플까요.
 
끝내 잊을까요.
 
아닐 겁니다.
 
잊지는 않을 겁니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고 했으니까.
 
사람으로 남아 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므로.
 
...기억할 테죠.
 
가막살나무의 꽃이 피었습니다.
 
하얗게.
 
눈물처럼 꽃잎에서 비가 떨어지는,
 
Ending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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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막살나무 아래의 약속
 
KPC 사망, 탐사자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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