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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샘

가막살나무 아래의 마녀

 

 

 

 

 

 

 

 

 

 

 

 

 

 

 
 
dk
 
 
먹구름이 잔뜩 낀 흐린 아침입니다.
 
주인어른이 소파에 기대어 파이프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며
 
어린 풋맨이 가져다준 지역 신문을 읽고 있습니다.
 
뿌연 연기 사이에서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글자를 읽어 내려갑니다.
 
딱 봐도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군요.
 
사라:(요즘 뭔가 안 좋은 소식들이 많은가?)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모르겠음)
 
모르겠음.
 
어쩔 수 없지요.
 
당신은 아침부터 밤까지, 이 저택에 머무르며 가사일을 할 뿐이니까요.
 
바깥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기회도 적은 것이 당연합니다.
 
주인어른의 기색을 살피고 있노라면,
 
여전히 찡그린 미간으로 파이프의 주둥이를 물었다 떼어내며 훅 연기를 뱉고는 말했습니다.
 
주인 어른:며칠 전에 마을에서 없어졌던 푸줏간 청년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군.
거기다 마을 성당의 신부도 실종되었다는데.
왜, 그 콜린 신부 말이지.
 
그는 신문을 접습니다.
 
영지 반경의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이 달가울 리 없지요.
 
게다가 손님이 올 날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 저택의 안주인 되는 여인은 맞은편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인 신문을 보고서
 
예의상의 안타까운 얼굴을 건조하게 해보이더니,
 
이내 표정을 바꾸어 당신을 부릅니다.
 
주인 마님:레베카는 어디 있니?
좀 괜찮아졌다니. 원, 객을 들일 날에도 방에만 있으니 실례되지는 않으련지.
 
객이라 함은 귀족 중의 귀족인 로렌 가를 말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웬일인지 이 가문과 호의적인 교류를 시작했죠.
 
왜냐하면 레베카가 약 두 달 전부터 이 초대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탓에 두 가문이 혼인 관계를 맺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아랫사람들 사이에 일기도 했었습니다.
 
하긴, 듣기로 로렌 가의 영식이자 하나뿐인 후계라는 킬리언이라는 도련님이 딱 아가씨의 또래긴 했죠.
 
아가씨가 초상화와 이름을 보자마자 호감을 표시한 의외의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그 아가씨께서 어느 날 처음 어렵사리 사람의 초대에 관한 청을 주인 부부께 하시는 것입니다.
 
'이 사람을 만나고 싶어.' 라고.
 
사라:(아가씨가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타인을 만나고 싶어하는건 처음 봤었더랬죠. 아가씨한테 그런 때가 오다니...조금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방에만 계시는게 걱정스러운데..)
 
어쨌든 이 초대를 그토록 고대했던 레베카는 그러나, 그와 별개로 요즈음 내내 침대에만 있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방에 틀어박혀 식사도 사용인들을 시켜 올려보내달라는 청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게 갖다준 식사마저 남긴 채 방문 밖에 내려두는 것이 일쑤입니다.
 
주인 마님:사라, 네가 좀 보고 오지 않으련?
 
사라:네, 마님. (고개를 한번 숙이고 아가씨의 방으로 향해 봅니다.)
 
고개를 조아리고 아가씨의 방으로 올라갑니다.
 
아니나다를까, 레베카의 방은 오늘도 굳게 닫혀있습니다.
 
어떻게 할래요?
 
사라:(솔직히...최근의 이 상황은 저에게도 당혹스럽습니다. 이럴 분이 아닌데...아가씨를 불러보아도 답은 없나요?)
 
방문 너머로 말을 걸어본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사라:(이렇게까지 거절하는데 더 밀고 들어가볼 명분도 없으니..일단은 발걸음을 돌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네요. 어디까지나, 우리의 관계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입니다.
 
그것이 사무치는 순간이에요.
 
사라:
듣기
기준치: 45/22/9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문 안쪽으로부터 기척이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안쪽에, ...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사라:....(의아하게 문을 한 번 쳐다봅니다. 하지만 문을 열 수 없는건 마찬가지니까요. 안 계시면, 어디에 가신걸까요? 바깥상황도 흉흉한데.)
 
...
 
소리도 없는 너머를 두고 무엇을 어떻게 할 수도 없어 당신은 돌아가기로 합니다.
 
주인마님께는 대강 지금도 몸이 좋지 않아 나오고 싶지 않아 한다고 둘러대는 것이 좋겠어요.
 
하지만 당신은
 
최근 그녀가 보이는 이상이 단순히 병증으로 인함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사라: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실패..)
 
우.
 
지금 그녀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당신은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있어요.
 
그것은 한 달 전 어느 밤의 일입니다.
 
그날따라 당신은 좀처럼 잠에 들지 못하여 한참을 뒤척이다
 
이른 새벽 산책을 위해 사용인이 거처하는 별채를 벗어나 저택의 창살 같은 울타리를 따라 걷고 있었습니다.
 
시린 초승달이 뜬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저택의 정원 끝으로 걸음을 옮겼을 때에,
 
사라:
듣기
기준치: 45/22/9
굴림: 46
판정결과: 실패
(으아악)
 
소리소문 없이 뒷문이 열리는 것을 한 발짝 늦게 알아챕니다.
 
돌아보는 순간에 당신이 마주한 것은
 
대저택의 고고한 귀족 영애가 아닌 평민들이나 입을 수수한 옷차림과 거적 같은 망토를 뒤집어 쓰고 맨발로 땅을 밟은 아가씨였습니다.
 
당신은 어쩌면 그녀의 이와 같은 기행에 익숙해요.
 
그녀는 낮보다 밤을 뛰노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단 한 번 보지 못했던 것은 추잡하게 치맛자락에 튀어 있는 검고 붉은 얼룩입니다.
 
얼룩의 정체를 알아보기 전에 그녀는 당신을 보고 웃었습니다.
 
환희라는 말 그대로 웃었습니다.
 
레베카 르쉐르:쉿, 비밀이야.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나직한 목소리롤 짧게 말하던 그녀.
 
사라:(그 날의 기억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습니다. 맨발에 검붉은 얼룩. 그래서 더더욱, 작금의 상황에 아가씨가 바깥에 있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그때 당신은 그녀에게 어떻게 답했었죠?
 
사라:(상황 파악이 안 되어 아무 말도 못하다가 일단은 고개를 숙입니다. 대답은 그 뒤에.) ...네, 아가씨.
 
레베카 르쉐르:넌 아무것도 묻질 않네.
내가 뭘 하고 왔는지 궁금하지 않니? (의미심장하게 웃을게요.)
 
사라:(그 물음에 잠시 망설입니다. 내가 묻는다면 선선히 대답해줄까? 한순간, 그 사적인 의문이 마음을 비집고 나옵니다만..) 알기를 원치 않으셔서 홀로 나가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참은것과는 별개로, 고개를 들면 눈에 어찌할 수 없이 걱정이 비쳐보입니다.)
 
레베카 르쉐르:...맞아. 정론이네. (키득키득 웃습니다. 이런 식의 웃음은 당신 앞에서밖에는 나오지 않아요. 아마 그래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충동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사라.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사람을 죽여도 좋은 마땅한 이유란 게 있다고 한다면,
어떤 것이 그게 될 수 있을까?
 
사라:(사람을 죽여 마땅할 이유. 치마에 묻어있던 검붉은 얼룩이 새삼스레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그건, 제가 감히 단언하기 어려운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분명 내가 이해하기에는 어둡고, 가라앉은 캄캄한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걸 아가씨가...논할 일이 있었나요? 괜히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레베카 르쉐르:눈앞에 들이밀어지지 않으면 감히 판단내릴 수 없다는 거야? (불쑥, 가벼운 몸짓으로 움직여 당신의 눈 앞에 고개를 숙입니다. 웃음기 없는 얼굴로 바라보다 이내 몸을 물러요. 춤을 추는 듯한 동작입니다.) 신중하다 해야 할지, 우유부단하다 해야 할지 모르겠네.
어쩌면 중요치 않겠지. 네가 말한 대로 네게 들이밀어 진 후라면, ... 이미 어찌 할 수 없었을 테니. (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이건...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그래, 이야기를 바꾸어 볼까. 사라, ...
나 어쩌면.
결혼할지도 몰라. (가늘게 웃는 얼굴입니다. 그 자체가 하늘의 초승달을 닮았어요.)
 
사라:......(평소때처럼 대답을 바로 할 수가 없습니다. 변명을 해보자면 너무 많은 상황과 정보가 머릿속에서 뒤섞여서...그러니까, ... ) ...결혼, 이요.
(응당 놀라고 축하해야 할 상황이지만..아, 부끄럽게도 오늘따라 내가 너무 이상하군요. 의미심장한 방금 전의 대화 때문인걸까요? 이미 멍하니 놀란 모습은 다 들켰겠습니다.) 그건..큼, (괜히 진정하기 위해 헛기침을 합니다.) 축하드려요. 마님과 주인어른께서도 기뻐하시겠네요. 관심 가는 영식이 생기셨나요?
 
레베카 르쉐르:(가늠하듯 들여다봅니다. 어쩌면 당신이 아쉬워하길 바랐어요. 답지 않게 얼굴을 찌푸리며, 지금껏 그런 사람 없지 않았느냐고... 아, 왜 제 쪽이 기분이 나빠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떠본 것은 나인데.) ...축하해?
왜? (아니, 나는 알고 있어요. 난 끌림을 끌림이라 정의하지 못할 정도로 신중한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노골적으로 기분이 상함 표정을 지을게요. 이건 투정 같은 겁니다.)
내가 결혼해도 아무렇지도 않아?
 
사라:(기분 상했음이 명백한 얼굴에 다시 당황합니다.) 그럴 리가요, 많이 놀랐습니다. 아가씨가 그런 마음을 가질만한 영식은..솔직히 없었다고 생각했거든요.
(답을 하는 내내 왜인지 시선을 피하고 싶어져 애꿎은 제 옷자락만 손으로 쥡니다.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런 것을 표출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 또한 항상 머리에 새기고 있습니다.)
 
레베카 르쉐르:...없다고 생각했겠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야. 칩거하는 낮 중에도 널 불러 포크로 케이크를 푸게 시키고, 몰래 빠져나온 밤 중에도 널 불러 담장을 나란히 걷게 했으니.
내 일상엔 늘 네가 있고, 네 일상엔 늘 내가 있는 거야. (기분은 풀리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눈치가 없는 건지, 참고 있는 건지도 잘 가늠이 가지 않아요. 난 당신과 같은 성정의 인간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는 듯 눈을 빛냅니다. 춤추듯 멀어져 간 그 동작 그대로 다시 당신에게로 다가옵니다. 머리칼을 드리우고, 턱에 손가락을 얹어 당신이 한껏 고개를 들어 자신을 마주하도록 할게요. 역시 난 상냥한 성격이 되지 못합니다. 당신에게조차요. 입술을 꾹 눌러 겹칠게요. 그 의도를 나조차도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내뱉는 거에요. 나, ) 그 사람을 저택에 초대해달라고 했어. 한 달 즈음 걸리지 않을까? 그 때엔...
 
레베카는 말을 잇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먼저 자리를 유유히 떠나는 레베카의 뒷모습을 바라본 일 있었습니다.
 
상념은 소리에 끊깁니다.
 
주인 마님:일찍도 도착하시는군.
 
계단을 도로 내려가면 영 못마땅한 얼굴로 손님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는 주인어른과 작게 대화하는 주인마님이 보입니다.
 
사라:
듣기
기준치: 45/22/9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주인 어른은 단정히 장갑 낀 손을 들어 모자를 내리누르며 챙 아래로 말합니다.
 
주인 어른:그런 태도 하지 말아. 레베카가 그렇게 불러달라 한 데다 이제 곧 사돈댁 될 분들인데... 잘 보여둬야지.
 
아내를 달래는 남편의 어조가 퍽 곤란합니다.
 
사용인들이 저택 현관으로 우르르 나갑니다.
 
당신 역시 분주한 이들의 뒤를 따라 손님을 맞이하려 걸음을 옮깁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이쯤 되면 숲길을 지나쳐 오는 마차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사라:
듣기
기준치: 45/22/9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많이 심란한가요
 
사라:(...곤란할 일만 생기는것 같네요.)
 
세상이 당신에게 가혹한 기분입니다.
 
놀아나고 있는가...
 
"저게 무슨 소리야,"
 
정문 앞까지 나간 풋맨이 갸웃 고개를 기울입니다.
 
이윽고 저벅, 저벅이는 발소리가 다가옵니다.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귀족가의 행태는 아니라는 걸요.
 
사용인들의 기색에 보다 못해 나온 주인어른이 발소리에 눈을 가늘게 떴다가,
 
이윽과 창살로 된 정문 앞에 도달한 이를 보고서 경악합니다.
 
저 얼굴은...
 
주인 어른:아니,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엉망이 된 옷을 입고서 다리를 질질 끄는 킬리언 로렌,
 
레베카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다던 그 로렌 가의 하나뿐인 영식입니다.
 
주인 내외가 헐레벌떡 그들을 맞이합니다.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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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45/22/9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아 정신차려)
 
정신 차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인지도 모르겠어요.
 
하인들이 정문을 열고,
 
충격에 잠겨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킬리언은 주인어른과 대화를 나눕니다.
 
대강의 내용을 듣자하니 오는 길에 마차가 습격을 받았다나요.
 
사용인들이 그를 얼른 저택 안으로 이끕니다.
 
킬리언 로렌:절벽에서 마차가 떨어졌어요.
마차 바퀴는 돌부리에 부서졌고... 저는 가까스로 마지막에 마차에서 뛰어내렸지만, 부친께서는...
 
그는 말을 더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고개를 떨굽니다.
 
사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하..)
 
당신을 비롯한 저택의 사람들 모두가 도로 실내로 들어갑니다.
 
한참 로렌의 도련님과 주인어른이 이야기를 하고,
 
메이드 하나가 주인마님의 지시대로 차를 내어오고,
 
심각한 분위기 속에 현관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일가 있습니다.
 
레베카 르쉐르:...어머.
 
아연한 얼굴의 레베카입니다.
 
사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급기야 아가씨 보기를 뇌가 거부하는데..)
 
레베카 르쉐르:(ㅠ)
 
그녀는 여상하게, 실내에서 입는 드레스에 외출하기엔 썩 가벼운 케이프를 걸쳤습니다.
 
레베카의 눈이 집안의 풍경을 훑었다가,
 
어리둥절하게 입을 뗍니다.
 
레베카 르쉐르:로렌 영식을 뵈어요. ...이게 무슨 일이죠?
 
주인마님이 얼른 딸에게 다가가 어딜 다녀왔느냐고 묻습니다.
 
레베카 르쉐르:잠시 정원에 있었는데... 너무 들뜰까 봐서. 뒷문으로 잠시 나갔다 왔을 뿐이야... 에요.
아,
사라가 말해 주지 않던가요?
 
레베카는 황당하게도, 듣지도 못한 말을 합니다.
 
당신에게로 고개를 돌려 쳐다보면서요.
 
사라:(갑자기? 나에게요? 이 상황에서요?)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36
판정결과: 실패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있을리가 없다)
 
어찌 됐건 레베카는 당신이 거들어주는 것으로 상황을 넘겨보려는 모양입니다.
 
잠시, 모두가 당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정적입니다.
 
사라:(정말 적응할래야 적응할 수가 없는 분입니다...)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방에 간 후에 정원에 나갔다가 아가씨를 뵀었는데, 영식을 맞이하는 일이 바빠져서 때를 놓쳤네요.
 
레베카의 말을 긍정하면,
 
당신의 말에 레베카가 당신을 보고서 조용히 웃습니다.
 
다른 이들도 별달리 의문을 가지지 않는군요.
 
사라:(휴...)
 
레베카 르쉐르:
위협
기준치: 60/30/12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주인 마님:아무리 저택 안이라도 이렇게 춥게 입고 다니면 어떡하니. 병환이 들었다 엄살을 떤 게 누군데.
 
주인 마님이 못마땅한 얼굴로 레베카의 옷매무새를 정돈해주고는,
 
속삭이듯 짧게 킬리언이 처한 상황을 귀띔해줍니다.
 
레베카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경황이 없는 상태지만 둘은 인사합니다.
 
레베카는 웃고 있습니다.
 
그날처럼요.
 
아주 어두운 밤 혼자 당신을 돌아본 것만큼, 초승달을 닮은 모습으로.
 
사라: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레베카 르쉐르:반가워요, 칼리언.
...오시며 생긴 일은 유감이네요.
 
마차 사고에 대한 알타까움보다도 반가움이 앞서는 얼굴.
 
레베카는 이어 말합니다.
 
레베카 르쉐르:아버지, 영식께서 몸을 추스리시는 걸 우선해야겠어요.
돌아가는 길도 돌아가는 길이지만, 우선 초대한 예를 다해야겠죠.
 
주인어른은 어느덧 식은 찻잔을 보고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용인들을 부르는군요.
 
몇몇의 메이드와 풋맨이 손짓하는 대로 주인어른의 앞으로 다가섭니다.
 
주인 어른:로렌 영식께 저택 안을 안내하고 방을 내어드려라. 본래라면 만찬을 가질 참이었지만...
 
듣자하니 킬리언은 레베카의 방이 있는 2층의 복도 끝 빈 방에 잠시 머물러 마음을 추스를 모양입니다.
 
주인 어른:이건 명백한 살해입니다. 경찰뿐만 아니라 따로 인력을 동원하여 사고를 일으킨 범인을 찾아낼 테니 염려마십시오.
당분간은 저희 저택에서 안전하게 영식을 모시겠습니다.
 
주인어른의 말이 끝나고 상황이 그나마 정리됩니다.
 
집사장이 주인어른의 지시를 받고 경찰에게 전보를 칩니다.
 
소란하고 불안한 오전,
 
당신. 무슨 생각을 하나요?
 
사라:(일단은 한숨을 내쉬며...정신을 차려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자연스레 드는 생각은 아무래도 영식에 대한 생각이겠죠. 정확히는 살인으로 추정되는 사건..그 끝에는 자연스레 아가씨가 따라오기 때문일 겁니다.)
 
살인.
 
그것에 대해 묻던 이와
 
그것에 희생당한 이.
 
...나는 왜 그 가운데에 서 있나요?
 
아침부터 흐리더니 결국 하늘은 낮임에도 시커멓게 변하고 맙니다.
 
먹구름으로 뒤덮인 것이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모습입니다.
 
어둑한 그늘 아래 저택 안도 음울합니다.
 
본래 가질 예정이었던 오후의 다과회는 취소되고,
 
전보를 받은 의사가 찾아와 킬리언의 상태를 파악합니다.
 
가만히 있자니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레베카 르쉐르:사라.
 
아, 레베카입니다.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그녀가 당신에게 손짓합니다.
 
외출복 차림이군요.
 
레베카 르쉐르:브로치를 떨어트린 것 같아.
아마 아까 정원을 산책할 때 잃어버리지 않았나 싶은데, 같이 찾아줄래?
 
사라:네, 아가씨.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에게 다가갑니다.)
 
레베카 르쉐르:(만족스럽다는 듯 웃습니다.) 그럼 같이 나가자. 자아, (잡으라는 듯 손을 내밀게요. 장난기 어린 표정입니다.)
 
사라:(아직 집안이고 영식이 계시니 이런 모습은 좋지 않다고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손을 잡습니다. 일단은 얼른 나가는 것이 좋겠어요.)
 
레베카 르쉐르:(당신의 불안을 눈치챘다는 듯 목소리를 낮춰 속삭입니다.) 걱정 마, 저 멍청이들은 이런 행동에서 아무런 의도도 읽어내지 못하지.
아니, 어쩌면 너도?
 
레베카를 따라 정원으로 나갑니다.
 
하늘은 여전히 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둑하고...
 
이 풍경에서 땅에 브로치를 떨어뜨렸다 할지언정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습니다.
 
레베카는 상관없다는 듯 정원 안쪽으로 들어가려다,
 
문득 당신을 돌아봅니다.
 
레베카 르쉐르:혹시 여기 있을지도 모르니 넌 이 근방에서 찾아줘.
나는 내가 정원 안에서 다녔던 곳을 뒤져볼게.
 
별 수 없죠.
 
아무리 어두워도 반짝이는 보석으로 만든 것이니 눈에 띄긴 할 겁니다.
 
무작정이라도 찾아 봅시다.
 
사라:(머리가 복잡해서 찾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일단 반짝이는 것이 없나 찾아봅니다.)
 
당신은 어두운 정원 입구를 크게 둘러봅니다.
 
하늘에 빛이 없어서일까요, 빛을 반사하는 무엇도 없습니다.
 
사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진짜 없나?)
 
...아무 데도 없군요.
 
역시 아가씨가 들어간 정원으로 함께 들어가봐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고개를 든 당신의 눈에 문득 마굿간이 비칩니다.
 
설마 저기에 있을까요?
 
하지만 정원은 레베카가 찾아보고 있으니 마굿간을 살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요.
 
사라:(아가씨라면 마굿간에도 들렀을 가능성이 크죠..마굿간으로 향합니다!)
 
마굿간 안에 들어서면 짚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나고,
 
말들이 이따금 푸르르 소리를 냅니다.
 
사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귀족가의 마차를 끌 말들이니 당연히 갈무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한데 그 중 검은 말 하나에 고삐가 채워져 있군요.
 
최근 주인 어른이 따로 사냥을 하거나 말을 타고 나갔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사라:(말은 함부로 다가가면 안 될텐데..은밀행동으로 시도해 봅니다.)
은밀행동
기준치: 20/10/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으아악 삐끗하면서 다가감)
 
우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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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놓여있는 여물통을 냅다 엎으며 다가갑니다.
 
놀란 탓인지 검은 말은 울타리를 콱 발로 찹니다.
 
심기가 안 좋은 듯 매서운 기세네요.
 
말이 저런 상태니 도로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사라:(하..여물통만 바로 세우고 나갑니다.)
 
한숨을 내쉬며 마굿간에서 나오면...
 
방금 뭐였죠?
 
기척에 고개를 들어보니 급하게 당신을 뒤로 하고 정원 반대쪽으로 사라지는 레베카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어딜 가는 거죠?
 
사라:...? (뭔가 일이 생겼나? 정원 반대쪽으로 따라가 봅니다.)
 
그녀도 정원에서 브로치를 찾지 못한 걸까요.
 
어쩐지 급해보이는 레베카의 뒤를 밟아 저택의 뒷편으로 향하면,
 
사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창고 구석에 박혀있어야 할 삽과 사다리를 발견합니다.
 
수레도 있군요.
 
쉬이 창고에 있을 것들이니 그다지 놀랍지는 않습니다만,
 
정확히 당신이 발견한 것은,
 
레베카가 소매를 걷어붙인 채 수레와 삽을 숨기고 2층 창문에 걸쳐진 긴 사다리를 치우는 모습입니다.
 
저 창문은...
 
레베카의 방이 아닌가요?
 
한 번 더,
 
사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걷어붙여진 소매에는 프릴이 달려있고...
 
그러나 당신의 시선을 끈 것은 레베카의 외출복 소매가 아닙니다.
 
사다리를 치우는 그녀의 맨팔에 상처가 나 있습니다.
 
마치 손톱으로 긁힌 듯한 상처요.
 
사다리를 치운 그녀는 얼른 손을 털고 접어올렸던 소매를 내립니다.
 
옷매무새를 급히 정돈합니다.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당신은 레베카를 바라보고 섰던 스스로의 자리의 발치에 무언가 밟히는 것을 느낍니다.
 
흙이 아니라...
 
사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무엇을 태우고 남은 흔적입니다.
 
어두운 색깔의 직물 같은...
 
레베카 르쉐르:사라?
 
눈이 마주칩니다.
 
레베카가 입을 잠깐 벌렸다가, 그저 다뭅니다.
 
그리고 웃습니다.
 
마치 그날, 그 의뭉스러웠던 밤처럼요.
 
레베카 르쉐르:브로치는 찾았니?
 
사라:...(문득, 그렇게 외면하고 싶었음에도 나는 이미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꾸 이런...이런 일들을 마주할 리가 없잖아요.)
아뇨, 브로치는..찾지 못했어요.
 
레베카 르쉐르:그럼... 다른 건 찾았니?
무언가 수상하고, 의심스럽고,
네게는 받아들이기 버거운 무언가를 말이야.
 
사라:(그건..찾았죠. 너무나도 많이.)
대체 뭘 하시다가 온 거예요, 아가씨. (사람을 죽일 이유가 뭐가 있을까 물어봤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그건 나도 궁금합니다. 내가 아는 한 아가씨는 사람을 죽여 마땅할 일을 겪지 않았을텐데..혼란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대체 왜..
 
레베카 르쉐르:왜, 와 무엇을, 중에 어느 쪽이 더 중요해? (가늘게 뜬 눈이 침잠해 있습니다. 그 안에 당신이 있다는 점만큼은 의심할 여지 없으나 마음이 먼 곳에 가 있는 듯해요.)
 
사라:(이전에는 보지 못한 눈입니다. 대체 무엇을 보았길래 그러는 걸까요, 무엇을 겪었길래.) ...왜?
 
레베카 르쉐르:...인간은 너무 감정적이야. 아니, 인간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에, 세상은 너무 낙후되어 있어.
보편적인 가치관, 사법 제도, 혹은... 레베카 르쉐르 그 자체가.
사라.
네게 난 이미 가늠할 수 없을 만치 감정적인 말괄량이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날 아껴주겠어?
늘 그랬잖아.
 
사라:...... (입술을 달싹이다가 다물고 맙니다. 이쯤되면 다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 자신에게 내리는 못박음 같습니다. 나는 그녀를 밀어낼 수 없다는...) ..제가 그러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아가씨도 잘 아시잖아요.
 
레베카 르쉐르:... (많은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에게로 걸음을 옮겨 가만 어깨응 맞대요. 고개를 푹 숙입니다. 드리워진 머리칼 탓에 얼굴이 보이지 않아요.) 가끔은, 네가 날 뿌리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같은 생각을 해.
어쩌면 내가 꺾여 버렸을 테고, 또 어쩌면 내가 너를 꺾어 버렸겠지. 그건 결국은 알 수 없게 되겠지만, 사라...
숨이 막혀. 나, 네가 너무 갖고 싶어서. 그런데...
너와 나를 제외한 무엇도, 그렇게 두지 않을 거라서.
 
사라:(아가씨가 때때로 비춰보이는 어린아이같은 면은 내가 귀여워 마지 않는 점이지만 또한 내심 무서워하는 점이기도 합니다. 이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이, 나를 끌어내곤 하거든요. 모두가 세상에 순응하려 하는 순간에도 홀로 어김없이..)
(나는 무엇도 함부로 약속해줄 수 있는 몸이 되지 못합니다. 나 자신도 어찌할 줄 몰라, 길게 드리워진 검은 머리칼을 쓸어넘겨 줍니다.) ...하지만 아가씨가 원하는 한 저는 아가씨의 사람일 거예요.
 
레베카 르쉐르:차라리 네가 날 거부해서, 그래서 내가 널 가질 수 없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이렇게 비참하진 않았을 거야.
(비난조가 아닙니다. 이것은 탄식에 가까워요. 어쩔 수 없죠, 난 결국 당신의 포용에 기대고 마는데요. 그것을 확인받고 싶어서, 늘 같은 질문을 하고야 마는데요. 몸을 옹송그립니다. 평균보다 훨씬 큰 신장을 푹 꺾어 당신에게 기대어요. 어깨에 고개를 파묻습니다.) 안아줘, 사라.
모두 괜찮다고 말해줘.
죽음보다 사랑이 강하다고.
 
사라:(다른 여인들보다 훨씬 큰 몸이 품에 닿습니다. 그녀를 둘러싼 말들은 항상 많았습니다. 비밀스럽고, 무섭고, 병에 걸렸을지도 모르며..혹은 그마저 꾀병이었다거나.
그저 조금 서늘하지만 분명한 온기가 전부인데.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제정신이 아닌가? 다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여기고 싶어하는 건...)
...괜찮아요, 아가씨. 죽음보다...(잠시 머뭇거립니다. 여느때처럼 내가 감히 이런 것을 확신해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치켜듭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죽음도 사랑을 막을 수 없어요. (무엇을 겪었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등을 쓸어주며 상대가 안심하길 바랍니다.)
 
레베카 르쉐르:...그래. (어깨를 감싸쥔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당신의 어깨에 더해지는 몸의 무게도 마찬가지에요.)
깨닫지 못하더라도 언제까지나 그럴 거라는 점. 내가... 그렇게 요구하기만 한다면 네가 거기 있을 거라는 점. 그것이야말로... 죽음보다 사랑이 강하다는 증명이겠지. ...
(불쑥 당신의 어깨를 밀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레베카에요. 팔을 쭉 뻗어 당신의 품을 밀어내고, 그늘진 얼굴을 한 채 웃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뚝, 당신의 손등으로 무언가 떨어집니다.
 
빗방울입니다.
 
끝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레베카는 그어내리는 빗줄기 속에서 웃습니다.
 
머리카락이 금세 젖어 뺨에 달라붙고 값비싼 옷이 젖어들어도 그저 환하게,
 
레베카 르쉐르:브로치는 됐어.
이제 그만 들어가, 사라.
 
저택에 들어가면 어린 견습 하인이 당신에게 전합니다.
 
의사가 다녀간 이후에 킬리언 로렌 영식이 당신을 찾았다고요.
 
레베카는 일언반구 없이 방으로 도로 올라가버립니다.
 
사라:(떠난 자리를 잠시 보다가 영식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당신은 킬리언의 방에 들릅니다.
 
노크하면 들어와도 좋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의사가 오기 전까지 그는 흙투성이 옷에 지친 기색,
 
손에도 긁힌 상처투성이였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외관이 수려하긴 합니다.
 
다른 사용인들 말로는,
 
그토록 앓던, 혹은 앓는 시늉을 내며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던 레베카가
 
초상화를 보고서 돌연 호감을 표할 만큼이요.
 
얕은 상처가 난 손을 소독하고 이곳에서 주는 옷으로 우선 갈아입은 그는 아까보다 모양새가 퍽 말끔합니다.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어도 고개를 젓습니다.
 
사라: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왜 부르신거지)
 
왜 부르신 거죠?
 
그는 상념에 젖은 모습입니다.
 
킬리언 로렌:이봐.
 
생각에 골몰한 그를 두고 그만 나가볼까 싶었을 때에,
 
그가 당신을 불러세웠습니다.
 
킬리언 로렌:이 댁의 영애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나.
 
사라:(뒤늦게 시작된 본론에 몸을 돌리고 고개를 숙입니다.) 네, 물론입니다.
 
킬리언 로렌:불러 놓고는 가만 세워둬 미안하군. 이곳에 오게 된 경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레베카 르쉐르 영애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더군.
자네는... 영애에 대해 잘 아는가?
 
사라:아가씨의 곁에서 모신지 꽤 되었습니다.
 
킬리언 로렌:서로 속내를 털어놓을 만큼은 친분이 있는 모양이군.
그런 자네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되어 유감을 표하지.
나 역시 먼저 호감을 표한 영애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네. 사교계 일각에서 영애가 나를 흠모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던 것도 싫지 않았다. 가문 간의 결속을 위해 결혼 이야기도 오가고 있었고, 나는 별반 이의가 없었다네. 어쨌든 귀족가에 그녀는 별볼일 없는 여성은 아니지 않은가.
이번 사건만 아니라면.
그래서, 그녀...
혹 말을 탈 줄 아는가?
 
사라:(질문의 끝에 적당히 짧은 여백이 들어갔을 때 고개를 가로 젓습니다.) 아가씨께서 말을 타는 모습은 본 적 없습니다. 최근엔..방에만 계셨었으니 시간이 있을리도 없고요.
 
킬리언 로렌:...그렇다면 혹 자네는?
 
사라:(나까지? 순간 맞질문이 튀어나갈 뻔한 것을 참습니다.) 저는 더더욱, 그럴 명분도 시간도 없습니다.
 
킬리언 로렌:미안하군, 너무 마음 상해 하지 말게나. 예민해져 그저 모든 것이 의심스러울 뿐이니. ...마차를 습격한 것은 관리가 잘 된 듯한 검은 말과 그 위에 탄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이었다네. 숲속이었음에도 지리를 잘 알고 있는 듯했지...
...관리를 잘 받은 말이야 어디에든 있고 구태여 이 근방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이는 근처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테니 이것만으로 의미 있는 결론을 얻을 숭 없겠지.
게다가 귀족 가라 해도 한낱 여성이 어떻게 에스코트 없이 말을 타겠나.
그래도, ... 그래.
자네는 영애가, 내가 처한 상황에 진실로 안타까워한다고 생각하는가?
 
사라:...원체 감정을 표현하는데 무디시지만, 아가씨께서는 영식의 초상화를 본 후부터 영식이 방문하시기를 기다려 왔으니, 분명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계실겁니다. (사건의 경황을 듣고 나니 머릿속이 괜히 다시 복잡해집니다.)
 
킬리언 로렌:...더 오래 보아 온 사람이 그리 이야기한다면 그런 것이겠지. 혹은... (말없이 시선을 던집니다. 당신도 온전히 신뢰받고 있지는 않은 눈빛이에요. 당연하지만요.)
후... 그래, 의미없는 이야기는 그만두도록 하지. 마지막으로...
자네가 보는 레베카 르쉐르란 어떤 인물이지?
 
사라:(아이같다. 아니, 이건 말고.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보지만..) ...그냥, 귀족 영애십니다. 조용해 보이지만 다소 아이같은 면이 있으신. (그 단어를 빼고는, 레베카라는 사람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었다.)
 
킬리언 로렌:(아이같은...)
 
킬리언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만 나가보라 할 뿐입니다.
 
사라: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문을 닫습니다.
 
의혹을 가지는 것은 지치는 법입니다.
 
그의 낯빛도 그렇습니다.
 
툭, 툭.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고개를 들면 복도 끝의 창문 밖으로 비가 내리는 풍경이 언뜻 눈에 비칩니다.
 
저택 안은 한 층 더 어둑하여, 곳곳에 불을 켜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덧 여섯 시입니다.
 
어땍 안에 울리는 괘종시계 소리가 음울합니다.
 
사라:
기준치: 75/37/15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에서,
 
마주치는 얼굴이 있습니다.
 
놀라울 것도 없죠.
 
그러나 놀랍게도, 작금의 어떤 구걸은 씻은 듯 평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 레베카입니다.
 
레베카 르쉐르:어머. 무얼 하던 중이야?
 
사라:(누구보다도 이 일의 중심에 서 있을 것 같은 사람이 평안한 표정을 하니, 이쪽도 순간 맥이 풀리는 듯 합니다.) 시간이 늦어서 저택에 불을 켜려고요.
 
레베카 르쉐르:왜, 하루쯤은 어두운 채로 두어도?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고 좋지 않아. (싱거운 농담조입니다.)
설마하니, 그에게 반해버린 건 아니지?
그러지 마. 질투 나니까. (그러고 보면 그가 당신을 불렀다는 이야기는 함께 들었었죠. 그녀는 여상히 가벼운 태도를 취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라:...... (그냥 아까 영식에게 설명할 때 다른 말 없이 애 같다고만 할 걸 그랬나. 새삼 작은 후회가 듭니다.)
 
레베카 르쉐르:또 그 생각을 하는 표정이구나.
알겠어, 양껏 귀여워하렴.
 
1층에 다다르면 아가씨는 방으로 올라가버리고,
 
다른 사용인들이 다시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만찬은 예정대로 차리겠다 주인어른께서 말씀하셨으니 할 일이 없어진 게 아니군요.
 
그 가운데 넓은 식당 안 테이블에 장식하기 위해 꽃을 들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어린 메이드들이 있습니다.
 
묵묵히 일하는 다른 사용인들과 달리 아무래도 어린지라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며 불안불안하게 꽃병을 나릅니다.
 
사라:
듣기
기준치: 45/22/9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아)
 
메이드들이 하는 이야기는 레베카에 관한 것입니다.
 
"오늘은 아가씨께서 멀쩡히 돌아다니시는 거, 아무래도 로렌 영식께서 와서 그런 것 같지?"
 
당신의 귓가에 닿은 첫 마디는 그것입니다.
 
그래요, 한창 이런 류의 풍문에 설렐 나이입니다.
 
"그래! 요즘엔 악몽을 꾸시는 일도 잦아들었잖아. 여전히 방에는 아무도 들이려하지 않으시지만."
 
"맞아, 베티 언니한테 들었어. 그 악몽 때문에 몇 달 전에는 밤중에 우리 있는 별관까지 찾아오셨다며."
 
"그것도 그거지만 당장 며칠 전 밤만 해도 몽유병처럼 돌아다니시던 거 봤어? 나, 잠이 안 와서 별관 밖으로 나갔다가 유령인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베티 언니가 뭐랬더라? 아가씨께서 찾고 계시는 게 있다고 그랬는데……"
 
이후로 소곤소곤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잘 들리지 않는군요.
 
아슬아슬한 꽃병에 한 손 거들고자 다가가면,
 
불안불안하게 들고 있던 꽃병은 한 명이 놀라 떨어트려버립니다.
 
날카롭게 깨지는 소리.
 
메이드의 얼굴이 순식간에 울상이 됩니다.
 
"어, 어떡해... 어떡하지..."
 
제대로 하녀장에게 혼쭐이 나고 말겠죠.
 
사라:(더 빨리 갈걸 그랬나...우선 울상인 아이에게 진정하라는 듯 어깨를 두어번 톡톡 건듭니다.) 여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다른 일을 도우러 가렴.
 
레베카 르쉐르: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에밀리:가, 감사합니다...
 
하는 말과 함께 메이드가 조심히 당신에게 목례합니다.
 
무언가 궁금한 게 있다면 물어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라:...혹시 아까 하던 얘기. 아가씨께서 찾고 계신게 있다 한 거는 더 아는 얘기가 있니?
 
에밀리:아, 그 이야기 말씀이시군요!
그게, 베티 언니가 봤는데-...
아가씨가 어느 날 악몽을 꾸고 울며 늘상 옆에 두는 시녀에게 (이 즈음에서 에밀리는 당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당신이 아니었던가요, 그 시녀.) 찾아갔대요.
그 이후부터 뭔가를 찾기 시작하셨다는데...
저희의 공통된 추측은 바로바로...
운명의 상대라는 거에요! 로렌 영식의 키스라도 받으면 다 나아지시지 않을까요?
 
사라:...(아) 그렇지, 운명의 상대. (그런 생각이 들 나이지..) 일리 있는 생각이네.
 
에밀리:사라 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저희 사이에선 아가씨가 결혼하고 싶어하신다는 소문이 이미 파다한데요! 다름아닌 그 킬리언 로렌 영식과요!
제가 실제로 레베카 아가씨께 좋아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여쭤봤는데, 있다며 웃으셨어요!
 
사라:(아이의 눈은 이미 레베카 아가씨가 주인공인 동화의 끝장면까지 다 본 것마냥 반짝거리는 것 같다..) ..그렇지, 실제로 영식이 르쉐르 저택까지 오셨으니까.
 
에밀리:두 분이 결혼하시게 되면 저도 제일 예쁜 옷을 입고 나가야겠어요! 아니, 그 날도 일을 해야 하려나...
에잇, 기분이다! 사라 님은 제일 예쁜 옷을 입고 손님으로 오세요! 제가 사라 님 몫까지 전부 일하겠어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른 다른 꽃병을 가져가지 않으면 하녀장님께 심하게 혼이 날 거에요!
 
메이드는 꾸벅 머리를 숙이고는 황급히 식당으로 향합니다.
 
어쨌든 레베카와 주인 내외께서 고대해온 이를 대접하기 위한 만찬이니
 
나도 도울 일을 도와야겠죠.
 
바깥의 빗소리가 세차게 들립니다.
 
여느 때보다 어두운 저녁입니다.
 
만찬은 그럭저럭 끝났습니다.
 
정확히는 침묵 속에 레베카와 킬리언만이 간간히 대화를 이어가는 꼴로나마 진행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친을 잃은 킬리언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식사 자리에서 레베카는 그럼에도 선선히,
 
음식은 입에 맞는지, 저택은 둘러보았는지, 날씨가 괜찮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가벼운 말 따위를 건네며 그 치고는 다정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킬리언은 처음에는 떨떠름히 대답하더니,
 
점차 누그러지는 음성으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식사 도중 레베카는 잠시 당신을 부릅니다.
 
예를 어기지 않고 당신의 귓가에 입을 가리고 속삭이며,
 
레베카 르쉐르:로렌 영식의 방으로 갈 거야. 간단히 다과를 준비해달라고 언질해줘.
 
사라:...(대답 대신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물러납니다.)
 
레베카 르쉐르:(흐리게 웃습니다. 만찬 중이니 이 이상 당신에게 말을 건넬 수도 없겠죠.)
 
그리고 식사가 마칠 때,
 
당신은 레베카와 킬리언이 함께 자리를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느덧 밤이 내려앉고,
 
그들에게 다과를 전해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일이 끝나고 당신은 별관으로 돌아갑니다.
 
한참 내리던 비는 조금 잦아들었지만 내리는 것이 완전히 그치지는 않아,
 
가랑비에 젖은 땅 곳곳에 얕은 웅덩이가 고였습니다.
 
사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심란해서 그런가..)
 
심란한 탓일까요
 
빗줄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별관으로 가는 길에는 창고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저택의 가장 구석에 있어 그저 보이는 정도에 그칩니다.
 
빗소리 사이로 무언가 반짝이는 듯도 싶은데, 착각일까요?
 
아니면, 레베카가 떨어트렸다던 브로치일까요?
 
사라:(...반짝거리는 거라면 당장 떠오르는 건 브로치인데..지금 창고로 나갈 수 있나요?)
 
오늘 해야 할 일은 이미 끝났으니 조금 돌아다닌대도 혼낼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는 조금 맞아야 하겠어요.
 
사라:(젖는거야 어쩔 수 없지...창고로 향해 봅니다.)
 
창고, 빛나는 것에 가까이 다가갑니다.
 
아주 작은... 구슬 같은 것들이 서너 개 떨어져 있습니다.
 
사라: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얗고 작은 구슬들은 구멍이 나 있습니다.
 
꿰어 쓰는 용도의 것인가 싶군요.
 
별 어렵지 않게 몇 가지를 떠올립니다.
 
목걸이, 팔찌, 혹은 묵주.
 
이런, 옷이 젖어드는군요.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어요.
 
사라:(구슬들을 내려다 보다가 우선 비를 피하기로 합니다. 저것들이 왜 창고에 떨어져 있을까..)
 
이것은 다 무엇인지,
 
왜 이곳에 있는지...
 
......
 
그리고 밤입니다.
 
투둑, 툭,
 
당신 방의 창을 때리는 빗줄기가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당신, 잠에 들었나요?
 
눈을 뜹니다.
 
방이 아닙니다.
 
당신은 어떤 숲에 서 있습니다.
 
아뇨, 서 있지 않아요.
 
달리고 있습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릅니다.
 
주위는 어떤가요? 밤인가요?
 
아, 밤이 아니군요.
 
나무가 빽빽한 숲속인 탓에 어두우나 밤인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비가 계속 내리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 오후부터 계속 내리던 비가.
 
헉, 숨이 들이켜지고,
 
내뱉어질 새도 없이 다시 한 걸음 뛰고,
 
사라: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갑자기 뭐죠? 여긴 어디지?)
 
시야가 일순간에 개입니다.
 
선명합니다.
 
여긴 어디죠?
 
숲의 사이로 내리는 빗줄기.
 
"마녀야, 마녀!"
 
뒤에서 어떤 이가 소리를 지르고,
 
당신은 누군가가 당신의 손을 잡고 달리고 있음을 눈치챕니다.
 
그녀도 미친 듯이 호흡을 내지르고 있습니다.
 
뜀박질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돌아보지 않은 채 그녀가 숨차게 말합니다.
 
웃고 있습니다.
 
여자: 네가 더 잘 알겠지만, 사람들은 꽃 따위에 때때로 의미를 붙여.
가끔 주워듣기도 했어. 노란 장미는 질투라던가, 백합은 순결이라던가,
꽃은 갖고 싶지도 않았을 말들이지.
왜 그들에게 내 의미는 마녀가 되었을까?
왜 내 이름은 마녀의 이름이 되었을까?
 
멀리 나무 하나가 보입니다.
 
숲속의 키 작은 나무.
 
저 나무의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하얀 꽃이 나뭇잎 사이사이로 피어난 나무,
 
가막살나무입니다.
 
여자가 울음처럼 웃음을 터트립니다.
 
마구 흐트러지는 머리칼 사이로 옆얼굴을 보았습니다.
 
레베카입니다,
 
일순간,
 
시야가 뒤집히고,
 
...당신은 꿈에서 깨어납니다.
 
꿈이었습니다.
 
꿈.
 
사라:-....(너무 놀란 나머지 몸만 벌떡 일으킨 채, 소리도 못 지르고 숨만 내쉽니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숨이 차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이 감각,
 
꿈 속과 다르지 않습니다.
 
레베카, 당신의 아가씨는 무슨 악몽을 꾸고 있는 건가요?
 
무슨 생각으로 킬리언을 불러낸 건가요?
 
무슨 마음으로 자꾸 무언가를 숨겨대는 건가요?
 
창밖을 보면 아직 새벽입니다.
 
비는 그친 듯하지만, 하늘이 채 개이지 않았는지 그리 맑지 않습니다.
 
땅이 젖었겠지만 꿈을 쫓으려 산책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가 볼래요?
 
사라:(머리가 멍합니다. 잠을 더 잘 마음도 들지 않으니 나가는 게 좋겠어요.)
 
또다시 악몽 속에 심장을 내려두고 싶지 않아요.
 
방 밖으로 나섭니다.
 
별관 밖으로 나서면 그나마 가장 가까운 창고와 반대쪽에 위치한 정원, 그리고 저택 본관이 보입니다.
 
둘러볼 수 있겠어요.
 
사라:(창고로 먼저 향해봅니다. 어제 봤던 구슬들이 아직 신경쓰여요.)
 
사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창고의 문은 닫혀있지만, 잠겨있지 않아 쉽게 열립니다.
 
안이 좀 너저분하긴 하지만 여러 공구들과 목재, 수레와 낡은 사다리와 삽...
 
한때 주인어른이 종종 즐겨하셨던 취미인 사냥에 쓰는 장총도 여럿 있습니다.
 
사다리는 최근에 사용한 듯 끝부분에 흙이 묻어있습니다.
 
또한 삽의 쇠 부분이 검게 물들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붉은기가 도는 것도 같고요...
 
수레에도 같은 자국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문득 한 달 전 보았던 레베카의 옷자락에 묻은 얼룩이 떠오릅니다.
 
사라:...같은 자국..인가? (어쩌면 머릿속에선 이미 짜맞춰졌겠지만,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지 좀처럼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어요.
 
이 저택에만 해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있는걸요.
 
이게 정녕... 상상하는 그것인지도 모르겠고.
 
또 무엇을 해볼래요?
 
사라:...(꿈 때문에 아직 신경이 날카로운가 봅니다. 창고는..더 볼만한 것은 남아있지 않는거겠죠? 괜히 한 번 빙 둘러봅니다.)
 
창고를 한번 더 둘러본다면, 이외에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사라:(창고를 나옵니다. 정원으로 가서 조금 걸어야겠어요.)
 
정원으로 향한다면,
 
사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신경이 날카로워야 잘 보이는건가)
 
심란하면 안 보이고 신경이 날카로우면 보인다니.
 
젖은 땅을 밟는 가운데 유난히 단단하게 쌓은 듯한 부분이 있습니다.
 
마치 최근에 인공적으로 흙을 거기 끌어다 모은 것처럼.
 
삽이 있다면... 퍼낼 수 있겠어요.
 
사라:...(어제도 이런 둔덕이 있었나? 비가 와서 못 봤던 건가?
평소라면 지나치고 싶어 했을텐데, 지금은 도저히...다시 창고로 향합니다. 그곳에 삽이 있었지.)
 
창고로 향합니다.
 
삽은 아까와 다를 바 없이 놓여 있어요.
 
사라:(잠시 망설이다가 삽을 들고 다시 정원으로 향합니다.)
 
삽을 챙겨 정원으로 이동합니다.
 
파 보겠어요?
 
궁금한가요?
 
사라:(불안합니다. 떨어져 있던 구슬들 하며, 지금 쥐고 있는 삽에 묻은 얼룩까지..어렴풋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던 것들이 내 망상이 아니라면...둔덕을 파 보기로 합니다.)
 
내 망상이 아니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죠?
 
들고 온 삽으로 둔덕을 파냅니다.
 
27분쯤 지났을까요,
 
맙소사.
 
사람의 손입니다.
 
사라: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손..)
 
이성치 1 감소입니다.
 
사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딱딱하게 굳은 손.
 
피부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아마 최근에 죽은 시체일 것입니다.
 
드러나는 옷이 검은색인 가운데 함께 묻혀있는 것이 있는데,
 
묵주입니다.
 
아.
 
더이상 파내지 않아도 알겠습니다.
 
주인어른이 어제 아침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 시체가 바로 실종되었다는 마을 성당의 신부,
 
콜린입니다.
 
손끝,
 
그러니까 창백한 손톱에,
 
확실치 않으나 검게 핏자국이 남아있습니다.
 
사라:......(핏자국, 어제 꼭 저런 손톱자국을 봤었는데.)
 
그래요, 꼭...
 
할퀴어진 듯한 상처를...
 
가진 사람이. 어디 있죠?
 
사라:(삽을 두고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두방망이질 치던 가슴은 오히려 손을 본 이후 잠잠해집니다. 어쩌면 너무 과부하 상태라 역으로 가라앉은 것일 수도...마지막 남은 곳으로 향합니다. 본관에 들어가봐야겠어요.)
 
본관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사라:
듣기
기준치: 45/22/9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방금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요?
 
안에서?
 
사용인들을 위해 본관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애초에 정문은 단단히 잠겨있는 데다, 우리들은 별관에서 일찍 일어나 새벽같이 출근하여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하니까 말이에요.
 
아직 출근하기에도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말이죠.
 
안을 들여다보면 불이 꺼진 저택 안은 어제처럼 어둡습니다.
 
조용하고...
 
기이한 감각이 걸음마다 따라붙습니다.
 
바깥이 흐리다 싶더니 얕게 다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빗소리가요.
 
1층을 둘러보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창문도 열린 데 없이 그저 조용합니다.
 
하지만 분명 인기척은 났습니다.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누군가 움직이는...
 
문득 메이드들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몽유병처럼 밤의 저택을 유랑하는 레베카.
 
2층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발견합니다.
 
레베카의 방 문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아가씨는 무조건 문을 잠그고 잠듭니다.
 
그건 주인 내외도 마찬가지죠.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다급히 아가씨의 방으로 들어가보면,
 
당신조차 몇 달 간 들이지 않았던 방 안은 온통 어질러져 있습니다.
 
퀴퀴한 냄새를 내는 오래된 종이와 책이 널려있고
 
침대는 그에 반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혼자 가지런한 모양새입니다.
 
가구를 몇 번 끌어 문 앞으로 당겨놓았던 듯 움직인 자국이 여실하고요.
 
곧 떠날 사람처럼 짐도 꾸려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사라: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1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런 건 대체 언제 구해온 거지..?)
 
종이는 온통 이름으로 가득합니다.
 
레베카의 필체입니다.
 
그 가운데 당신은 죽죽 그어진 이름들을 발견합니다.
 
벤자민 콜린.
 
아까 본 죽은 신부의 이름.
 
맥 코너.
 
죽은 채 발견되었다던 푸줏간 청년의 이름.
 
신문에서 보았던 마을에서 실종된 이름들이 하나같이 그여있고,
 
동그라미 쳐진 이름 하나가 있습니다.
 
킬리언 로렌.
 
종이들 사이에서 책 하나를 발견합니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사라:(이 이름들을 굳이, 써 놓을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요? 책을 펼쳐 봅니다.)
 
책을 펼쳐 본다면,
 
사라: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얼핏 무언가 떠오릅니다.
 
아니, 이게 떠오른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겁니까?
 
폭력처럼 쏟아지는 전생의 기억이 있습니다.
 
숲의 사이로 내리는 빗줄기.
 
마녀야, 마녀!
 
뒤에서 어떤 이가 소리를 지르고,
 
절벅이는 발소리,
 
숨차게 딛던 걸음,
 
꽉 쥔 손.
 
어떤 여자의 울음 같은 웃음.
 
왜 내 이름은 마녀의 이름이 되었을까?
 
묻는 레베카.
 
웃는 레베카.
 
우는 레베카.
 
멀리 보이는 가막살나무,
 
하얀 꽃,
 
화살이 공기를 가르고 일순 쓰러지는......
 
책의 마지막 장에는 「마녀를 태운 영웅들에게」 라는 제목과 함께,
 
종이에서 보았던 이름들이 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발견합니다.
 
적어도 아는 이름 하나니까요.
 
킬리언 로렌.
 
마녀를 태운 영웅.
 
마녀 사냥.
 
이단심판관.
 
마녀.
 
그 순간에
 
문 바깥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채 소리를 지르지 못해 언어로 나오지 못하는 음성입니다.
 
복도 끝 방에서부터 바닥을 박차고 뛰어가는 걸음을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따라잡는 또다른 발소리가 있습니다.
 
당신이 밖으로 나가면 이미 누군가 지나간 복도 위에는
 
수없이 찔린 듯 뚝뚝 떨어진 핏물이 낭자합니다.
 
목소리가 억눌렸다가,
 
"-살려, ...!"
 
탕!
 
음성마저 막는 총성이 울립니다.
 
고개를 들면, 당신입니다.
 
2층 계단에 서서 1층으로 도망친 킬리언을 향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
 
레베카.
 
사라:(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건지도 기억이 안 납니다. 한순간 머리가 표백된 것처럼, 책의...그 기억에 압도 당해서. 말을 해보려다가 겨우 나오는 목소리는 결국 상대를 부를 호칭입니다.) ...아가씨.
 
결국은 당신을 부릅니다.
 
결국 당신에게로 귀결돼요.
 
의혹도, 마음도, 목소리도.
 
킬리언이 현관에서 나가기 직전 쓰러집니다.
 
그가 간 경로가 명확히 피로 젖어있습니다.
 
그리고 레베카.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주 보통의 고아한 아가씨, 레베카.
 
피 칠갑을 한 채로 장총을 든 손을 힘없이 늘어뜨립니다.
 
총구에서 연기가 흩어지고 붉은 입술 새로 웃음이 흘러나옵니다.
 
레베카 르쉐르:사라.
 
제 방에서 나온 듯한 당신을 보고서도 그녀는 질책하지 않습니다.
 
레베카 르쉐르:기억났어?
 
대신 물을 뿐입니다.
 
레베카 르쉐르:기억나?
난 다 기억해. 그 끔찍하고 비논리적이었던 학살에 가까운 재판.
그녀가, 내가 당했던 모든 수모와 치욕과 바닥 없는 절망.
마지막 순간 죽어가는 몸뚱이 위로 낙수하는 빗줄기도, 굳어가는 뺨을 댄 차가운 흙도, 시야에 보이는 가막살나무도,
그리고 내 죽음을 옆에서 본 너까지.
 
장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그녀는 실로
 
마녀처럼
 
피에 젖은 얼굴을 일그러뜨려 웃는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그것은 숫제 피할 수 없는 고통과 닮아있습니다.
 
레베카 르쉐르:역시 네가 더 잘 알겠지. 난 그런 것에 관심 없으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꽃 따위에 의미를 붙이는 쓸데없는 일을 즐겨. 가끔 주워듣기도 했어. 어쩌면 말한 게 너였던가? 노란 장미는 질투라던가, 백합은 순결이라던가...
꽃은 그런 위명, 원하지도 않았을 거야.
...우리가 본 나무에 피었던 꽃이 기억나?
나는 기억해.
 
이내 사정없이 일그러지는 낯,
 
그녀는 기실 나무 같습니다.
 
수액처럼 눈물을 흘리고 가지처럼 손을 뻗고 햇빛처럼 웃습니다.
 
피어나는 꽃이라고 말하기에 벅찬 모습입니다.
 
레베카 르쉐르:......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니.
 
빗소리가 세차게 들립니다.
 
바깥으로 비가 들이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이였는지도 모르는 그날처럼,
 
왜 내가 당신의 죽음을 목도했는지 모르는,
 
아주 먼 몇 세기 전의 그날처럼요.
 
레베카 르쉐르:세상은 아직도 나를 여자로 대하지.
귀족가로 팔려가면 그만인 딸. 로맨스가 생의 전부일 꽃 같은 장신구.
그리고 아주 빌어먹게도,
그게 틀어지면 나는 마녀가 돼.
나는 보복하고 싶었어. 내가 죽은 그 나무 아래서.
 
죽음보다 강한 것이 있을까요.
 
레베카 르쉐르:죽음보다 강하다는 사랑 아래서. 그러고 싶었어.
 
그녀도 진정 사랑했던 것들이 있을까요.
 
레베카 르쉐르:(떨리는 목소리로 웃습니다.) 곧 부모님이 꺨 거야. 사용인들도 총소리를 들었다면 들어닥치겠지.
(주먹을 꾹 쥡니다.) 난 살아야 해. 살아서...
다 죽여야 해. 복수해야만 한다고.
 
피눈물을 떨구며 가까스 씹어뱉었습니다.
 
아, 희한하고 아름답게도,
 
비 오는 너머로 동이 틉니다.
 
레베카 르쉐르:사라.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사람을 죽여 마땅한 이유란 게 있다고 한다면,
어떤 것이 그게 될 수 있지?
 
사라:(복수와 살해의 정당함을 묻는 말에 답은 여전히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 한 순간의, 습한 기억에 잠식당한 후인 지금에서조차..
나는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과연 어제의 그때에, 그녀에게 사랑이 죽음이 강하노라 말해줄 수 있는 존재가 맞을지...)
(피로 범벅이 되었으나, 여전히 고아한 나무에게 다가갑니다.) ...사람을 죽여 마땅할 이유는 없어요. (지극히도 상식적인 이론입니다. 평범하고, 재미없는 이론. 하지만 조금 알겠어요. 그때엔 쉬이 이것을 말할 수 없던 이유...그러니까, 나의 이 답은 최근 연쇄적으로 죽어간 사람들을 위한 답이 아닙니다. 언젠가의 안개 낀 기억 속에서, 눈 앞에서 스러져간...피 묻은 눈물자국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닦아냅니다.) ...그런 건 있을 수 없어요..
 
레베카 르쉐르:그럼... 그럼, 넌 날 나무랄 거야? (어쩌면 알고 있었어요. 당신은 죽어 마땅한 이유 따위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그 대답이 향하는 것 역시, 나의 살인에 관한 것이 아닌 걸 알아요. 내 물음이 나의 살인에 관한 것이 아니었듯.)
그들이 옳지 않았다는 걸 증명키 위해... 나 역시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 (알면서도 쏘아붙입니다. 나에 관해서는 기실 작금의 살인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는걸요.) 혹은 이번에도... 내게 져 줄 테니.
하지만, 사라. 사라... 나.
나 널 갖고 싶어. 널 끌어안고, 단 꿈을 속삭이며 세상은 제법 쓸모없지 않노라 조소하며 나이들고 싶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복수해야만 해. 끝없이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어.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자신의 죽음을 갚으라 종용하는 여자가. 난 네게... 사랑을 말하기에 너무나도 죽음에 가까운데.
 
사라:(아, 얼마나 평범한 고백인가요?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연인들이 말하면 한없이 보통의 미래고, 축복받아 마땅한 영원의 맹세입니다.
하지만 원래의 나는 이것을 마냥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 이상과 망상을 논하는 동화에서조차 우리와 같은 형태는 없으므로.
빛바랜 과거 속 그들도 마찬가지였을까요? 그들은 그 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함께인데, 여전히 세상 또한 마녀를 찾고 있는 건가? 그 기억속 내가 무슨 생각으로 너의 곁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되었는지도...다만 충동적으로, 깊은 곳에 묻어두고 있던 말을 꺼냅니다.)
그럼, 내가 계속 사랑을 말해줄까..
네가 계속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내가 사랑을 말해줄까, 그것밖에 모르는 바보처럼.
(절대로 하지 않았을 말입니다. 세상 그 무엇도 이것을 축복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그때와, 그 바랜 세상과 지금이 별반 다를 것 없다면...)
 
사라:난 너의 사라잖아..(그 셀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린 후에 나를 찾아왔던 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약속은 이게 다입니다. 피가 묻어 흘러내린 입술에 홀린 것처럼 제 입을 짧게 겹칩니다.)
 
레베카 르쉐르:...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 난 기어코, 마녀가 되었잖아... 그들이 원하는 대로 악마가 되어 여기 섰는데. (지척에 있는 밝은 머리칼을 힘없이 내려다봅니다. 나를 위해 몰락을 입에 담는 당신이 이해되지 않아요.)
사라, 너.
날 사랑하니?
왜? 죽음보다... 사랑이 강하니까?
 
사라:(순간 말문을 잃습니다.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을 바라보다가,)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줄 몰랐는데, 넌 저지른 행동에 비해 때때로 바보같은 말을 하는구나 싶어.
나는 기억나는 게 거의 없어. 그때의 너도, 나까지도...그때의 기억은 나 자체에게 줄 영향이 없는 거야.
사랑하냐니, 넌 대체 무슨 생각으로 먼저 입 맞춘거니..(일순 조금, 어이가 없어보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냥 너를 아낀다고 생각했었어...그렇게 믿고 싶었어. (잠시 바닥을 보던 시선을 들어 상대를 올려다 봅니다. 표정이 조금 일그러지는 것 같습니다.) 죽음보다 사랑이 강하다느니 알게 뭐야. 지금 당장 이런 꼴을 해도 널 떠날 생각이 들지 않는데,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겠어요? 아가씨.
 
레베카 르쉐르:너는... 때로 눈에 빤히 보이는 불행조차 보지 못하는구나 싶고. (눈물젖은 얼굴로 웃습니다. 그렇기에 하릴없이 내게 뛰어드는 거겠죠. 기억하지 않는 생에까지. 이 빌어먹을 삶이 싫어요. 개인으로선 바꿀 수도, 비난할 수도 없는 풍조의 세상이 싫습니다. 어차피 한 번 악착을 다하고도 실패한 삶, 두 번이라고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 네가 또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내 생각은 변함없단다. 네 지금의 선택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야. 네가 곁에 있는다 한들, 영원히 사랑을 속삭여 준다 한들 내가... 제정신일 거라고는 장담 못해.
하지만 멍청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멍청한 이를 사랑할 수 없겠지. 사랑같이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고서야... 빌어먹을 세상에서 우리를 구할 수 없을 거야.
네 원하는 대로 해. (눈을 감고, 당신의 손에 제 손을 쥐여줍니다. 체념한 듯한, 혹은 기대하는 듯한 목소리로.)
그럼에도 붙잡아 도망치겠다면 네 것이 될 테고.
놓아주겠다면 진짜배기의 마녀를 잡아들이겠지.
 
레베카 르쉐르:네 것이니까, 사라. 두 번째로 사랑을 말함으로써, 레베카라는 자가.
 
사라:(조금이라도 이성이 있다면 붙잡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죠. 그렇지만...상대의 앞에서는 영향받지 않았다 했지만, 아직도 아른거립니다. 제 앞에서 스러진 여자가.
기존의 애정과 먼 과거가 겹쳐져서...나는 당신이 또다시 그렇게 스러지길 원치 않았던 것 같아요. 적어도, 마녀라고 불리면서, 내 앞에서...상대가 죄를 지었다 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목을 매다는 이들이 그토록 많은 건 그래서인걸까요? 혹은 지금 이 순간, 나도 제정신이 아니어서. 제 손에 쥐여진, 조금 더 크고 창백한 손은 허공에 떨어트리지 않기로 합니다.)
 
레베카 르쉐르:(떨어트려지지 않는 손에 실소합니다. 울 것 같은 기분으로 웃어요. 얹어만 두었던 손에 힘을 줄게요. 당신, 당신은 진실로 불가해합니다.)
 
여기 피로 가득한 길이 있습니다.
 
지나온 길을 보세요.
 
킬리언 로렌이 당장 흘린 피만 해도 이만큼입니다.
 
발을 뚝뚝 적십니다.
 
그녀는 복수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이 본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름만 수십 개였습니다.
 
그것은 불구의 꿈입니다,
 
무엇도 약정하지 않는.
 
해칠 것이 지킬 것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
 
전생의 기억에 삼켜진 사람.
 
예상 가능한 흔한 이야기입니다.
 
당신, 복수,
 
복수만을 계속 원할 겁니다.
 
기억에 남아있는 모든 얼굴의 주인들을 죽이고도 끝이 없어 홀로 절망할지도 모르죠.
 
전생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치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참담한 기억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손을 놓지 않습니다.
 
묻히는 피보다 눈물의 농도가 더 짙은 여자,
 
이전에 사람에게.
 
고백하자면 들창으로 투신하는 비처럼 침몰하는 당신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살아있는 당신도 보고 싶었습니다.
 
달립니다.
 
단편적인 기억,
 
짧은 숨과 엉키는 목소리만이 남아있는 그 순간처럼 함께 숲을 향해 달립니다.
 
희망을 말하는 모든 것을 목 졸라 죽이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그저 손을 꽉 잡고,
 
레베카 르쉐르:죽음보다 정말 사랑이 강할까.
 
이제와서마저 의문을 가지는 것이 우스운지도 모르겠어요.
 
그녀는 이미 사람을 너댓 명 죽인 살인마입니다.
 
새삼스레 이제와 울 이유가 없는데 자꾸 빗물처럼 시야를 가립니다.
 
당신에게도 사랑만이 있던 시절이 있었을까요.
 
사랑이.
 
레베카 르쉐르:죽음보다 정말 사랑이...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우리,
 
살아 그저 마녀 아닌 종말 아닌 여자가 아닌
 
사람의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비 내리는 아침,
 
당신이 웁니다.
 
타이포
 
Ending 1. 가막살나무 아래
 
탐사자, KPC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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